명상을 하자면 나무가 우거진 오후 네 시의 숲을 상상한다. 젖은 흙냄새. 엽록소 냄새. 새소리.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 푹신한 흙의 감촉. 쏟아지는, 순-한 금빛 햇살. 왼볼을 간질이는 볕의 감각.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와 이끌리듯 발길을 꾹꾹 내딛다 보면 시야가 트인 강의 물줄기에 도달한다. 강턱의 저 바위에 잠시 앉아볼까. 그냥 서 있기로 한다. 흐르는 물은 보기에 단조롭고 듣기에 돌돌돌 명랑하다. 눈을 감고 저 물이 강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뿌리로, 뿌리에서 잎으로 흐르고 또 흘러, 돌고 또 돌아, 오는 길 숲에서 본 애틋한 이름 모를 어린 나무 한 그루를 하늘로 뻗고, 뻗고, 또 뻗어내는 상상을 한다. 지치지 않는 땅과 마르지 않는 물, 힘세고 다정한 태양을 상상한다. 눈을 떠 한 움큼 맑은 물을 마신다, 혈관 끝까지 차다. 하늘에 푸른 어스름이 드리운다. 사랑하는 나의 숲은 바람에 싸리빗질로 낮의 열기를 정리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 나와야 하니 슈퍼지름길을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