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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아 May 07. 2024

도곡역 붕어빵 아저씨의 겉바속촉

맛이 일품

도곡역 인근 아파트 단지 골목길에 붕어빵집 하나가 있다. "눈에 띄면 먹고, 아님 말아." 하는 위치에 아저씨 한 분이 먹구름 드리운 표정으로 붕어를 뒤집고 계시다. 말을 걸면 한 박자 쉬고 대답을 하시는 것이 꼭 마디마다 치미는 울화를 한 번 꾹 눌러주시는 듯하다. 붕어빵 장사는 생계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속세의 울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마음 수양 내지는 극기 훈련 목적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다섯 번을 방문했다. 그러나 붕어가 다 떨어졌다든가, 내 앞에 줄이 있다든가, 구운 몇 마리가 타서 다 버렸다든가 하여 두 번밖에 사 먹지 못했다.


"얼마나 걸려요?"


(4초 후)


"지금 굽고 있잖아요?"


"다섯 마리 주세요."


(붕어 전달)


"안녕히 계세요."


"..."


그런데 맛있다.

붕어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붕어는 자꾸 생각이 난다.


오늘은 닫혀 있었고, 덕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난 “꽁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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