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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Jul 25. 2024

정신질환과 종교

에 대해 쓰려다가 마음이 아파서 못쓰겠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407250851474515


1.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

같은 정신질환자로서, 그것도 같은 양극성 장애 환자로서 극한의 학대 속에서 고통받다 사망한 그녀의 명복을 빈다.


2. 

제대로 글을 쓰려고 했다.

한동안은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주절거렸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정말 '칼을 갈고' 제대로 써봐야 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더욱 그랬다.

1시간 동안 정신의학 책도 다시 펼쳐보고 절반 정도 쓰다가 결국엔 저장해 놓고 후일을 기약했다.


3.

뭐 쓰지 못한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

글을 제대로 쓴 지 좀 됐으니까, 녹슨 펜대를 되살리기 위해선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근데 그것보다는 마음이 도통 가라앉지 않아서 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도 있고 

주변에서도 종종 봤으니까.....


4. 

기사에 나온 교회는 구원파라는 일종의 개신교 이단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런 '치료'는 개신교 전반에 걸쳐있다. 20년 넘는 개신교인 생활, 그것도 목회자 자녀, 모태신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중을 비롯해 평범한 신도들은 잘 모르는 부분도 알다보니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었던 치유센터라는 곳에서의 악몽 같은 기억과 귀신들렸다고 통성기도를 하던 인간들을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5.

종교는 약일까.

어떤 의사들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위해 종교를 가져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뭐, 마음의 평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리가 없진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개신교와 천주교, 통칭 기독교는 아주 강력하게 말리고 싶다.


6. 

몇 년 전 이혼하고나서 완전히 연을 끊은 아빠에게 정신질환 진단을 내린 정신과 의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기독병원에다 본인이 교인이었음에도 그 사람은 아주 단호하게 교회를 안 다녔으면 정신질환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아빠에게 말했다. 

내가 경험하고 관찰한 바에 따르면 특정 종교인의 일탈이 문제가 아니라 종교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교회 내에서 정신과 다닌다, 정신과 약을 먹는다고 하면 거의 대다수가 하는 말은,

-기도 안해서 그런다

-니가 뭘 잘못해서 그런거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거다

-기도원(...)가서 기도하면 된다

-어느 누가 치유의 은사가 있는데 그 사람한테 가면 낫는다

등의 말을 한다.

심지어 대다수의 목사들은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한다.

정신과에서 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있던 엄마의 친구는 '목사'를 제일 싫어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정신과 환자들에게 약을 먹지말라고 하기 때문...이란다.


7.

이혼 하기 전에 아빠는 성인인 나를 어떤 목사나 특정 기도원에 데려가려고 했다.

엄마의 방해와 나의 거부로 매번 좌절되었지만, 내 정신질환을 종교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시도는 끈질겼다.

내가 조금 더 심신미약(?) 상태였다면, 무신론자가 아니었다면, 종교적 치료를 극도로 혐오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나도 저 뉴스에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8.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산속 기도원에서는 치료한다고 방언기도를 받는 정신질환자가 있겠지.

지금도 '영업'하고 있는 그 치유센터에서는 내면 아이니 가계에 흐르는 저주니 하는 종교와 심리학의 끔찍한 혼종으로 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치료라는 명목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겠지.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는 최소한의 유익 때문에 무신론자임에도 종교도 나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종교가 만악의 근원처럼 여겨지고 종교 자체를 말살해버려야 한다는 의견에 마음이 기운다. 


9.

그리고 여학생을 직접 학대한 사람들보다 그 어머니란 인간에게 더 큰 분노를 느낀다.

나는 이 여자에게 더 큰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자기 자식을 그런 곳에 맡기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테니까.

사실상 살인교사 아닌가.

알았든 몰랐든 결과적으로 죽었으니까, 치료 해달라고 맡긴 걸 보면 그렇다는 거다.


10.

나는 한국에서 아동학대에 더욱더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끔찍한 가정폭력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가정폭력만큼 악질적이고 비열한 범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인데 결혼 함부로 하지말고 자녀는 신중히 생각하고 낳길 바란다.

나는 불행한 가정을 양산해서 나라를 유지하는 것보다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11.

가끔은 정신감정을 받고 종합적으로 부모가 되기에 합당한 사람만 자녀를 가질 수 있게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모든 유년기의 학대 및 가정폭력피해자가 정신질환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정신질환자 중에는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유전 요인 뿐만 아니라 후천적 경험 또한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12.

아무튼 좀 더 마음이 가라앉으면 제대로 글을 써볼까 한다.

죽지 않으면 언젠가는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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