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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Jan 16. 2021

다시 글쓰기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에 글 쓰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송범근입니다. 브런치 글이 뜸한 지 좀 됐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봐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늘 쓰고 싶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미뤘고,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또다시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게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죠.


하지만 그게 진짜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어느 순간 여유가 없어지면서 글 쓰는 게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 후로도 시간 여유가 다시 생겼을 때도 있었거든요. 얼마든지 쓰려면 쓸 수 있었죠. 


어찌 된 일인지 다시 여유가 생겨도, 글을 쓰는 손만큼은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안 썼던 기간만큼이나 안 쓰게 만드는 이유들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의 흐름)

여태까지 썼던 글과는 좀 다른 글도 써봐야겠어. 여태까지 정보 전달 글이었으니까 이제는 좀 공감이나 유머도 있는 글을 써야지. 근데 난 그런 글을 잘 못 쓰잖아... 
브런치 올리는 글은 이 정도 퀄리티는 되어야 하지 않아? 그러려면 시간도 이 정도 들 거고... 하지만 제 머릿속엔 그렇게 잘 정리된 생각이나 쓸 얘기가 없는데...? 
갑자기 글을 올리면 좀 어색하지 않아?...

 

온갖 잡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글쓰기 책과 아티클을 찾아보는데... 역효과가 납니다.

'자신만의 일관된 컨셉과 포맷을 찾아라.'는 조언을 보면 아 근데 난 컨셉 같은 게 없는데... 그런 걸 생각해서 써야 돼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하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써라' '매일매일 써라'등등 여러 조언들이 있지만, 그걸 보면서 오히려 이것들이 지금의 저한테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는 거죠. 


게다가 제 머릿속 편집자는 그 좋은 글을 보고, 온갖 조언을 습득하며 날이 갈수록 똑똑해집니다. 나중에라도 계속 제 생각에서 흠을 찾아내 트집 잡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쓰기 시작할 의지는 날아가버리죠. 


분명히 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결론은 '이번엔 못 하겠다'로 끝나버리는 이상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심지어 예전 글들을 보면서 놀라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죠. 도대체 옛날에는 어떻게 브런치에 이렇게 가열차게 글을 썼던 걸까요? 뭘 믿고?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맨 처음 시작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던 게 생각이 납니다. 2017년에 브런치에 첫 작가 신청을 할 때였죠. 


그때도 작가 신청을 하고 첫 글을 올린 건 자체는 짧은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몇 달 전부터 그 생각을 하고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굴리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들었습니다. '해야 되는데...' '뭘 써야 될까.' '이름은 뭘로 해야 할까' '나 같은 스타일의 글은 보는 사람이 있을까' 등등 수많은 고민을 2달 넘게 했었네요. (지금 뒤져보니 당시 에버노트에 혼자 쓴 메모에 그런 고민이 남아있네요. 브런치를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은 무려 첫 글을 쓰기 6개월 전이었습니다.) 작가 신청을 통과하고 나서도 글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하는 데까지는 또 많은 시간이 걸렸죠. 


시작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사실 두려움 때문이었죠. 써야 할 이유, 써서 뭐할 건지, 독자들에게 가치는 있는지, 개인적인 내용을 너무 공개하는 건 아닌지 등등. 그때는 그게 두려움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내가 '방법(How)'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 7-8개월 정도 지나서 쓴 글을 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그런 두려움이 없어져 있습니다. 내가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마치 내가 이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요. 이때 쓴 글들이 잘 썼더라고요. 


그땐 제가 방법(How)에 대한 답이 있었을까요? 


아니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냥 시작했으니까, 그냥 하기로 했으니까 썼습니다. 여전히 두려움은 있었지만 하다 보니 조금씩 괜찮아졌습니다. 그렇게 리듬을 유지해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칭찬 댓글을 보며 써야 할 이유도 찾고, 하다 보니 쓴 글이 반응이 좋아 시리즈나 포맷을 만들어야겠다 생각도 한 거죠. 




제가 좋아하는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는 '뭐라도 해라 원칙'이라는 게 나옵니다. (Do Something Principle)


보통 사람들은 우리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 이 순서를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Inspiration → Motivation → Action

해야겠다는 생각, 감정이 일어나고, 
거기에서부터 동기와 추진력이 생겨서, 
무언가 행동에 옮긴다.


근데 마크 맨슨은 사실 방향을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Action → Inspiration → Motivation

일단 뭔가를 하세요.
그러면 그 반응으로 생각이나 영감이 떠오릅니다.
그게 해보겠다는 동기가 됩니다. 다음 행동으로 다시 나아가게 되죠. 


생각과 감정이 충분하고, 그다음 동기(Motivation)가 있어야, 마침내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늘 원하기만 하고 제자리에 막혀버립니다. 


왜일까요. 마크 맨슨은 우리에게 동기(Motivation)를 주는 감정이나 생각이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깔려있는 감정은 뭘까요? 나는 아직 글을 잘 못 쓴다. 글을 안 쓰고 있다.라는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그런데 이 감정은 '일단 허접한 글이라도 쓴다'라는 행동과는 반대 방향의 힘이죠. 


원하면서도 막상 행동은 하지 않는 내적 갈등 상황만 일으킵니다. 다이어트, 공부, 운동 등등 아마도 이런 내적 갈등은 모두 겪어보셨을 겁니다.


마크 맨슨은 그럴 때 'Do Something' 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생각  → 의지  →행동

일회성이 아니라,


생각 → 의지 → 행동  → 생각  → 의지  → 행동  → 생각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는 것에 가치가 있습니다. 일단 반동을,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거죠. 시작한 힘으로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을 얻으면 됩니다. 


그 시작은 아주 작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그 행동 하나로 끝을 볼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바퀴를 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바퀴를 굴리는 것은 생각이 아니고, 언제나 행동입니다. 


그러다 바퀴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다면, 처음 시작했을 때는 불가능해 보였던 벽이 어느샌가 깨져있기도 하다는 거죠.




오랜만에 여기에 글을 올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저한테 말해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자고요.


아마 이렇게 말하고도 언젠가 다시 멈춰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땐 도대체 내가 예전엔 어떻게 했던 거지? 하면서 또 고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는 기억해야겠죠. 뭐든지 일단 시작하는 게 최고의 계획이라는 걸.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알아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작게 시작하고, 그 반동으로 나아가면서 키워가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 '작은 시작'으로 브런치에 앞으로는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왜 브런치에 써야 할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이런저런 욕심은 많습니다. 한 주제로 연재물도 써보고 싶고, 책도 한번 더 써보고 싶고, 다양한 스타일의 글도 써보고 싶고요. 


하지만 욕심은 행동의 적이라는 걸 알기에, 일단은 1주일에 1번 '뭐라도 올린다'로 시작하려 합니다.


이건 더 큰 2021년 목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제 올해 목표는 이거거든요.

   

작고 가볍게 시작해서, 오래가기.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하기.
야망보다 습관에 집중하기.


첫 글을 짧고 가볍게 쓰려고 했는데, 다 쓰고 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역시 아직 힘을 덜 뺐나 봅니다. 다음 주부터는 페이스 조절 좀 해야겠습니다.



Photo by Jukan Tateis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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