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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Jul 10. 2019

우리를 끌어온 다섯 가지 질문들

2016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3년 차 디모스 역사.

2016년 11월, “집회 시위에서 개인의 마주침을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모스는 새로운 방식의 집회/시위를 모색해보자는 프로젝트 <해보지, 뭐.>를 보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큰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구호를 외치고 익숙하지 않은 노래를 부르다 돌아가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낀 사람들이에요. 

광장에 모인 개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상의 광장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는 결론을 가지고 소규모 토론 툴킷을 만들고 광화문 광장과 신촌 거리로 나갔습니다. 


“당신이 화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길 바라나요?” 등의 다섯가지 질문을 가져갔는데요. 광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거리로 나온 이유도, 기대하는 사회도 모두 달랐어요. 


개개인의 목소리는 하나의 목소리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응집된 목소리도 필요하고 힘이 있지만 더 많은 개인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어요.


2016월 11월, “대통령이 바뀌어도 내 직장 상사가 안바뀌면 똑같지 않나요?”


거리에서 만난 한 분이 대통령이 바뀌어도 나의 일상이 크게 좋아질 거란 생각이 안든다고 고백했습니다. 계속 회의적인 사람이 되는 이유라고요. 나에게는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상사가 대통령 욕을 하면서 거리로 나가길 권하는데, 문득 나의 일상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질문이 든다는 거였어요.

거대한 사회 구조를 바꾸고 큰 변화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기 때문에 미뤄온 문제들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은 ‘전체’의 변화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많아요. 덜 중요한 것부터 중요하게 다루고 싶었습니다. '나의 일상을 바꾸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2017년 1월, “커뮤니티가 돈을 먼저 모아서 원하는 곳을 찾아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은 안될까요?”


거리에서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열두 명의 퍼실리테이터들이 모여서 신년회를 했습니다. 이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비우던 차에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들이 나왔어요. 


크라우드펀딩은 한 프로젝트에 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투자하는 방식인데, 잘 맞는 사람들이 먼저 모여서 돈을 모으고 투자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는 없을지 궁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자신이 신뢰하고 원하는 곳에 투명하게 후원하고 싶은 갈증에 동의가 더해졌어요.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열두 명은 그라운드룰, 의사결정 방식, 투자 프로세스를 정하고 디모스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각자의 학교에서, 직장에서 본업을 하면서 디모스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했어요. 한 달에 한 번 모여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섯 시간 동안 근황을 나누고 회의를 했어요. 

디모스는 일상과 맞닿은 중요한 문제지만 '큰 문제'라고 여겨지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하는 프로젝트라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팀을 우선적으로 찾았습니다. LGBT 모임 플랫폼 mo:im 이 첫 투자처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섬세하게 다루었습니다. 충분히 논의하고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했어요. 느리지만 단단하게 첫 투자 경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소셜 투자하는 계모임도 있다 https://brunch.co.kr/@littlebird/12
디모스(Demos)를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seanseda/12


2017년 10월, “디모스가 고민해서 결정한 프로젝트면 나도 투자하고 싶은데 참여할 수 없나요?”


열두 명의 멤버들이 쌓아올린 프로세스와 룰에 따라 투자처 선정한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종종 질문했습니다. 디모스 멤버로 함께 할 수 있는지, 혹은 디모스가 결정한 투자처에 함께 돈을 투자할 수는 없는지요. 디모스가 투자처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신뢰가 가고 더 나은 실험에 기여하고 싶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었어요.


디모스는 두번째 투자를 준비하며 디모스가 선정한 투자처에 다른 이들도 투자할 수 있도록 쉐도우 투자 프로세스를 추가했습니다. 쉐도우 투자를 통해 디모스가 어떤 기준으로, 왜 이 프로젝트를 선정했고 이 프로젝트는 어떤 변화를 만드려고 하는지 소개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열두 명의 디모스 멤버 외에 육십명이 넘는 사람들이 투자금을 보탰고 총 893만원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2018년 상반기 디모스 최종 투자 프로젝트 https://brunch.co.kr/@seanseda/11
2018년 디모스 투자 리포트 : https://bit.ly/2J7h8Sk  


2018년 8월, “디모스는 지속성과 확장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디모스가 선정한 세 개의 투자처 멤버들, 디모스 멤버들, 디모스를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한 쉐도우 투자자들. 모든 개인들이 모여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계 타는 날> 모임에서 한 투자자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디모스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어떻게 확장해나갈지, 지속해나갈지에 대한 질문은 디모스 멤버들에게도 중요한 물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본업이 있는 만큼 쉽게 결심하기도 쉽지 않았죠. 

디모스 멤버들은 이 실험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수 있고, 투자처를 더 다양하게 늘리고, 투자금은 더 많이 모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험하는 마음 이상으로 좀 더 제대로 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2019년 디모스는 ‘나의 일상을 바꾸는 계모임’으로 시작합니다. 개개인의 일상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더 많은 프로젝트가 더 제대로 실험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해요. 


가장 큰 변화는 디모스만이 투자처를 발굴하고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30명의 계주를 모집해 함께 합니다. 각자 다른 일상을 꿈꾸는 30명의 계주들이 나의 일상을 바꾸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하며 투자처를 고를 거예요. 


다음에는 2019년 디모스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투자할 예정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디모스(Demos)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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