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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n 28. 2021

병원가는 날

 월요일입니다. 이곳엔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시원하게 쏟아지면 좋으련만 부슬부슬 오는 탓에 땅만 젖어버리고 공기만 습해졌습니다.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우산 하나를 팔에 건 채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2주에 한 번, 약을 새로 처방받으러 병원에 다녀옵니다. 약을 받아오는 마음은 그저 그렇습니다. 2주 동안 조금 살만하겠구나, 싶습니다. 간혹 병원에 가는 길에는 처음 병원을 찾았던 날이 떠오르고는 합니다. 병원을 찾기까지 오랜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내가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닐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웃음을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가만히 있는 것을 도무지 견디지 못할 것 같고, 숨만 쉬어도 눈물이 나와 참을 수 없어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불안 척도와 우울 척도를 검사하는 종이를 받아왔고, 불안과 우울이 아주 높음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걱정되는 정도의 진단 결과였지만, 내가 아무렇지 않은 것이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로 병원에 다닌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는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의지가 없어서 빨리 낫지 않는 걸까?'

 의지의 문제라면 저는 이 우울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혼자 앓다 오늘에서야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의지가 없어서 빨리 낫지 않는 걸까요?"

 의사가 주저 없이 답했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다 다른 거예요. 모두 유전적으로도 다르고 태어난 환경도, 만나온 사람도 다르니까요. 남들과 같을 수 없어요."

 속으로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다행이라고 또 생각했습니다. 남들과 같을 수 없다는 그 당연한 말이 오늘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의사는 덧붙여, "천천히, 길게 봅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곁에서 제 우울증을 함께 지켜봐 주는 사람들은 간혹,

 "얼른 약을 끊어야 할 텐데..."

 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약을 계속 먹어 좋을 것도 없고, 우울증이 얼른 나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겠지요. 하지만 그 말이 저에게는 부담이었나 봅니다. 그 부담과 작은 압박에 눌려 의기소침해져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오래 고민하던 것을 해결하니 마음 한 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나아지는 동안 천천히, 조급하지 않도록 이 글을 곱씹어야겠습니다. 날씨가 흐릿합니다. 월요일인데 날씨까지 흐릿해서 당신의 기분도 흐리지 않았을까 염려됩니다. 부디 제 걱정보다는 나은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편지할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그럼 이만-.


21. 06. 28. 달.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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