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비가 오는 날입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해가 중천에서 모든 것을 비출 시간에도 비구름이 하늘을 덮어 빛을 가리고 있더랍니다. 저는 창가에 가만히 앉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듣다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왜, 그럴 때가 있잖아요. 계획하지 않은 일인데 갑자기 그러고 싶어서 하게 되는 일 말이에요. 잡다한 생각에 머리를 식히려고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당신 생각이 나서 빈 지면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드라마는 틀어둔 채로요. 타인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머릿속이 조금 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종종 마음에 닿는 대사에는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마음에 새겨보기도 하고요.
저는 요즘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에 마음을 두고 있습니다. 혹, 사람과 마음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마음들이 등장해 매회 제 마음을 울리고 있어요. 극 중에 등장하는 고문영 작가의 동화도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 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 있지.
그러니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중에서.
실은 마음에 닿는 대사를 적고 싶었지만, 극 중의 상황과 인물의 표정이 없다면 감정이 살아나질 않아 미루어 두기로 했습니다. 누구든 가슴 깊숙이 새겨진 아픈 상처 하나 혹은 그보다 많은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너무 아픈 나머지 회피하고, 벽을 쌓고, 단단한 껍질 안에 둘러 싸여 숨죽이고 살아가는 마음들이 많겠지요.
당신에게도 남몰래 감추어 둔 상처가 있겠지요. 그렇다면 상처를 잊지 말라고, 외면하지 말고 자주 꺼내 두고 바라보며 그걸 이겨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도, 당신도. 오래 걸리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말입니다.
당신과 사람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싶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어느 것보다 자주 모양을 바꾸고, 때로는 내 마음인데도 내가 감당하지 못해 휘청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마음을 조금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함께 연습해보고 싶습니다. 가볍게 시작해 무겁게 끝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마음이 쓸쓸한 날, 허전한 날. 당신이 이 편지를 떠올리고, 읽으며 당신이 자주 쓰지 않았던 마음 근육을 조금 움직일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남은 달의 시간까지 부디 평온한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20. 07. 24. 금.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