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모하다
인생 후반기에 맞은 사회생활이란 평소 경험하지 못한 일보다는 사람에 관한 느낌이었다. 시간의 흐름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진 12월이 이질적으로 흐른다.
공동체 학습모임 마중물이 마무리되면 12월 저녁 9시 하늘은 검다. 잠시 환한 주변의 기운은 막 열고 나온 센터 문 앞 전등이 켜지고 꺼질 때까지 만이다.
몇몇은 모임이 끝나면 뒤풀이를 하는데 운전을 핑계로 참석하지 못한 채 집으로 달려가 달팽이가 되고는 했다. 모임에 같이 하게 된 1인의 출현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서로 이름으로 더 익숙한 세월을 돌아보니 늘 만나 함께 활동하고 싶어 했던 꽤 익숙한 사람이다. 네댓 명이 2차 뒤풀이를 향해 모여 수다 떨기를 시작하면서 술맛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소주는 첫 목 넘김이 달면 멈춰야 한다는 20대 경험으로 무장한 당사자이기에 맥주를 들이붓는 일이 뒤탈 없이 편안하게 만나는 술 마시기 시작이다. 그저 들떠있던 마음상태가 불러온 술맛이려나 했다.
맥주가 이렇게 단 맛이었나 싶어 들여다보니 역시 늘 접하던 그 맥주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알아차린 시간은 자정이 넘어간 시점이었다.
"와,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 지금까지 만나면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렇게 행복하세요?"
이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으로 다시, 시작하려 도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국회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나라와는 다른 세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낯섦에서도.
삶은 미래 가능성으로 꿈틀거린다고 했던가. 다시 이전의 기억을 헤집고 두리번거리는 내가 있다. 여전히 가슴 깊이에서 치밀어 오르고 있는 통증은 나를 위해 눌러야 한다는 것쯤은 배워왔음에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