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는 차가운 기계

『AI 사피엔스』를 읽고

by 이창우

인공지능이란 한국말에 더 많이 익숙해 있는 내게 AI라는 영어표기가 쑥 치고 들어온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도 인공지능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생활에서 제법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접한 이 책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기억한다. 이미 영화로도 인공지능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은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왔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왔던 인류의 현재는 언젠가 다시 지나간 시절로 기억되어 갈 것이다.


AI시대를 맞고 있는 전 세대에 기성세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책을 읽다 보면 느낌표에 앞서 물음표가 더 많이 다가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AI는 효율성과 편리함 이익의 극대화로 국가의 성장에 톡톡히 한몫을 하는 분야이다. 한 방향으로 휩쓸려가는 현상은 늘 있어 왔다. 결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노년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고는 한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잘해 온 것들을 지켜가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내 한걸음이 공동체에 좋은 일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삶을 위한 내게 잘 맞는 또 다른 관심으로 삶을 마주해야 한다.


앞으로 얻어야 할 것보다는 잃어버린 것이 더 많은 내게 AI시대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게 될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없이 디지털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에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을공동체 활동가로서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이 마치 소통 전략으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마을 속으로 들어가면 스마트폰보다는 얼굴이 먼저다.


2025년을 마무리해 나가는 시점에서 AI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앞만 보고 나아가고 있다. 내가 AI를 통해 발현되어야만 할 것 같다. 결국 자본주의에서 잉여로 더욱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라는 비애.


과거 일들이 현재의 나를 일으켜 주고 지금에 나는 미래에 힘이 될 수 있는 충만한 삶을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일은 세대를 이어가는 아주 작은 관심에서 시작하는 것이니까.


AI시대에 과거 그 어느 시절보다 더욱 간절해지는 것은 인문의 숲에서 홀로 거닐다 만난 그대와 눈 맞춤이다. 관계를 맺어가는 공동체가 돈독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