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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C Jan 31. 2017

[번외] 화산, 그 즐거움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시바약 화산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화산(火山)'이라 불리는 산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명소(名所)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산섬인 제주도와 그 중심에 솟아있는 한라산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며, 울릉도와 독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사람들이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산'을 명소라 부르며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정확히 콕 집어 이야기할 순 없지만, 아마도 화산에서는 '산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많은 화산들이 활동을 하고 있거나 쉬고 있다. 사람들 쉬고 있는 화산, '휴화산'을 찾는다.



0 장소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베라스타기.

베라스타기 시장(berastagi market) 앞 광장. 베라스타기를 오가는 버스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베라스타기 시가지의 모습.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북쪽. '북수마트라(North Sumatra)'지역에는 아주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멋진 풍경. 그리고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화산 활동'이 여행자들을 끌어들인다.


  현지 말로 "다나우 토바(Danau Toba)"라 불리는 수마트라의 유명 휴양지 '토바 호수(Lake Toba)'와 수마 트라우 타라 주의 주도 '메단(Medan)'사이에 위치한 작은 도시 '베라스타기(Berastagi)'. 이곳이 화산에 오르기 위해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서쪽에는 '시나붕 화산(Volcano Sinabung)'이 엄청난 가스를 내뿜고 있고, 북쪽에는 휴화산(활화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으로 알려진 '시바약 화산(Volcano Sibayak)'이 있다.

  

베라스타기 시내(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시나붕 화산. 시나붕 화산은 최근에도 여러차례 분출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자연이 만든 화약고. 시나붕 화산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베라스타기 시내에서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시나붕 화산은 매일 엄청난 양의 연기를 내뿜는다. 2014년 시나붕 화산의 분출로 16명이 죽기도 했으며, 지난 2016년 5월에도 다시 한번 폭발하면서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나붕 화산이기에 관광객의 접근은 금지된 상태다. 관광객들은 시바약 화산에 오르면서 맞은편에 있는 시나붕 화산을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시바약 화산을 오르면서 시나붕을 바라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시바약 화산 정상에서의 셀카. 아래쪽엔 분화구가 있고 저 멀리 시나붕 화산이 보인다.


  높이 2,212미터. 시바약 화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어쩌면 그리 상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다. 

  산의 초입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본격적인 등산로까지 가는 길은 다소 지루하다. 높은 나무들과 수풀이 우거진 곳. 열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목이 우거져있고 습도 또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그리 유쾌하지 않다. 약 5km 정도 가량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이 이어지다 보니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전에 지칠 수도 있는 것이다. 숲길을 빠져나오면 본격적으로 가파른 산길에 접어든다. 이제부터 더 힘든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바약 화산의 입구. 이곳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등산을 시작한다.
지루하게 이어진 숲길과 가파른 언덕을 지나고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시바약 화산에 오르는 길. 아침일찍 시바약에 올라 일출을 본 등산객 무리들이 하산하고 있다. 건너편 저 멀리는 시나붕 화산.


 시바약 화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풍경들은 가히 일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저 멀리 시나붕 화산이 화산재와 함께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정상을 향해 갈수록 메말라가는 땅. 어느새 열대 식물들이 사라지고 건조한 흙과 자갈들이 발에 차이기 시작하면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정상에 거의 다 이르렀다는 데서 오는 쾌감. 그렇지만 코끝에 감지되는 역한 냄새. 아직도 화산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곳에서 맡을 수 있는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수증기와 유황 연기가 뒤섞여 온 산을 뒤덮었다가 사라진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유황의 공격을 피하면서 거친 자갈 밭을 올라야 한다.


산 위로 오를 수록 열대 식물들은 사라지면서 식물들의 키가 작아지고, 길은 건조해진다. 
시바약 화산 정상 부근. 산 곳곳에서 수증기와 유황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정상 분화구 부근. 유황 가스로 인해 주변 바위가 노랗게 물든 모습이다. 저 아래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역경을 딛고 정상에 섰을 때. 시바약 화산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멋지게 솟은 봉우리. 깊은 골짜기와 완만하게 뻗어 있는 산등성이.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시나붕 화산과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열대 식물들에 가려진 가파른 산길을 지나면 볼 수 있는 화산 활동의 모습. 화산에 오르는 길이 결코 쉬운 것으 아니지만 오르면서 만나 볼 수 있는 낯선 풍경들. 화산은 보통의 산이 지닌 매력은 물론이고 더 많은 볼거리와 멋진 풍경들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명소'로 거론될 만하다.


산의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분화구. 끊임 없이 피어오르는 유황 가스로 인해 노랗게 물든 돌무더기.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 
분화구 근처 전경 사진(파노라마). 수증기와 유황 가스가 뒤범벅 되어 유쾌하지 못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정상에서 바라본 시바약의 분화구. 저 멀리, 시나붕 화산이 보인다.
분화구 주변,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유황 가스. 가스를 마시고 쓰러질 뻔..
시바약 화산 분화구 주변. 시바약 분화구로 이어진 등산로를 제외한 세 곳은 높은 봉우리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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