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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C Nov 28. 2016

'밥 말리'라고 쓰고 '전설'이라 읽는 곳 : 자메이카

음악이 시간을 채워주는 도시

전설. 나는 전설을 찾아 자메이카로 갔다. 쿠바 하나바(La Habana)를 출발한 비행기는 쿠바와 자메이카 사이에 있는 케이만 제도(Cayman Isalnd,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의 섬)를 거쳐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톤(Kingston)으로 곧장 떠날 예정이었지만, 케이만 제도에 도착한 비행기는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2시간 넘게지연되었다. 해가 떠 있을 때 킹스톤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져버렸고 공항에서의 입국 수속 절차마저도 늦어져버려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킹스톤. 밤은 불안함을 증폭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시간이다. 나는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 공항 앞에 섰다.

 



  택시 승강장에서 (무허가)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내 앞에 검은색 고급 승용자(메르세데스 벤츠)가 내 앞에 멈춰서더니 창문이 열렸다. 그러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사람이 소리쳤다.

  "헤이, 너 거기 왜 서 있는거야? 어디로가?"

   택시를 기다리다리고 있다는 말에, 젊은 신사는 자신의 차에 오르라고 말했다. 그는는 이곳(자메이카)은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내가 기다리고 있던 차(무허가 택시)는 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내가 고급 승용차에 막올랐을 때, 무허가 택시가 나를 태우기 위해 승강장으로 왔고 고급 승용차의 운전 기사와 무허가 택시의 기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잠시 욕설이 오갔지만 이내 잠잠해졌고 운전기사는 차를 몰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나를 차에 태워준 그 젊은 신사는 워싱턴에서 온 사업가라고 했다. 자신의 부인이 한국인이기에 나를 알아보고 차를 태워준 것이라 했다. 자메이카는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는 내게 별일 없이 자메이카를 떠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덥지근한 자메이카의 날씨. 저 멀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의 산지 '블루마운틴'이 보인다.


  후덥지근한 날씨. 숙소는 조용했다. 낮에는 모두가 축-늘어져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여행자 몇몇이 마당의 해먹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방이 하나도 남지 않은 숙소치고는 굉장히 조용했다. 밤에는 클럽에서 음악이 흘러나왔기에 그들은 낮에 잠을 자고 밤에는 클럽에서 놀았다. 낮에는 거리에서 음악이 울려퍼졌고 밤에는 클럽에서 음악이 울려퍼졌다. 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었다. 


  시내 중심가인 넬슨만델라 공원을 지나 밥말리 뮤지엄(Bob Marley Museum)을 향해 갔다. 시내버스 터미널의 건너편에 있는 공원은 크기가 큰 편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공원에 모여 앉아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담배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냄새. 담배보다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조금은 더 강렬한 것.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종이를 말아 불을 붙였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음악들. 그렇지만 주류는 레게(Reggee)였다. 

버스터미널과 넬슨만델라 공원 사이에 있는 시계탐.
넬슨만델라 공원 주변에 늘어서 있는 노점상.


  공원을 지나 조금 더 걷자 멀리서 봐도 '밥 말리 뮤지엄'일 것 같은 건물의 담벼락이 보였다. 거리엔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자메이카. 이곳에 레게의 전설이라 불리는 '밥 말리'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밥 말리 뮤지엄'이 있다. 사람들은 '밥 말리'라 쓰고 '레전드'라고 읽었다. 레게의 본고장에서 밥 말리는 전설이었다. 전 세계 수 많은 뮤지션들의 칭송을 받는 밥 말리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하기 위해 이곳 자메이카를 찾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밥 말리 뮤지엄에는 밥 말리의 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졌다.


밥말리 뮤지엄의 외벽. 조용한 주택가 한편에 '밥 말리 뮤지엄'이 있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의 동상
건물 외부에는 밥 말리를 기억할 만한 다양한 조형물과 그림들이 즐비해 있다. 사진은 담장 내부의 그림.



  자메이카에서 '레게'가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다. 재즈(Jazz)와 블루스(Blues)가 그러하듯 '레게'에는 자메이카의 슬픈 역사가 녹아들어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흑인'들의 슬픔이랄까. 자메이카라는 나라의 태생 자체가 '아프리카 흑인 노예'로부터 시작되었기에 그들은 슬픔과 억압을 간직하고 살아야 했다. 그들은 역사의 굴레 속에서 생겨난 상처와 울분을 노래로 풀어야 했고, 그것이 자메이카에서는 '레게'라는 장르로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자메이카를 거쳐 미국으로 끌려간 노예들은 재즈와 블루스를 만든 것이고...


  음악이 시간을 채워주는 도시. 낮의 거리에선 음악이 흘러나와 무료함을 달래 주었고, 밤에는 육중한 철문 뒤에서 음악과 함께 하는 파티가 열렸다. 자메이카를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음악 뿐인듯. 나는 자메이카에서 음악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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