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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우 Apr 25. 2017

내가 한전에 입사할 수 있었던 2가지 이유

[모난 돌, '낭중지추'가 되자]

내가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것은 2006년 5월이었다. 따라서 11년이 흐른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동기들은 차장으로 진급을 해서 회사 내 중심이 되어 있고, 나는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나를 이해 못한다. 얼마 전 만났던 한전에 재직 중인 친구 겸 선배는 부러워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업은 참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변화는 참 힘든 것이다.

그래서 만날 말로만 혁신을 부르짖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말로만 이란 것을. 저러다 말겠지. 혁신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힘들다. 내부 기득권자들의 엄청난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하면 피를 묻혀야 한다. 자기 손이 피를 안 묻히고 어떻게 혁신을 하겠는가. 내가 봤던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은 그런 의지가 별로 없었고, 의례적으로 경영학 책에서 본 것을 마치 선언만 하는 것 같았다.

사람은 익숙함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변화를 거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이 만족스러워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두려워서 현재를 붙잡고 있다. 만날 불평불만하면서도 말이다. 또한 새로 들어가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회사가 좋아서라기보단 그 회사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도 되니까, 단 한가지 이유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그만두었는지'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의 정확히 반대 이유가 내가 그만둔 이유다. 2035년 정년까지 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더 정확히는 그런 삶을 상상하니 끔찍했다. 만날 좀비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회사에 출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근무하다, 퇴근하는 삶을 반복하는 것이. 누군가는 그런 삶을 부러워하다니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그런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한전에 입사할 수 있었던 이유를 표면적인 이유와 본질적인 이유로 나눠 제시해보도록 하겠다. 

1) 1차적 표면적인 이유 : 채용제도에 맞춘 스펙 등 정량적인 요인
2) 2차적 본질적인 이유 : 입사 후 업무능력 등 정성적인 요인

면접 등 취업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학생들이 1차적 표면적인 이유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물론 1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안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최종 합격하여 입사 후 업무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서류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가? 필기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가? 아니다. 결국은 면접에 합격하여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스펙 등 정량적인 요인만을 보고 그 너머에 있는 본질적인 요인들을 보지 못한다. 최종 합격을 결정하는 면접에서 이러한 1차적 정량적 요인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1차적 요인은 목표가 아니라 기본 요건이다. 이 기본 요건조차 못하는 사람은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맞다.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는 능력으로는 입사하더라도 업무를 잘 하기 힘들다.

1. 정량적인 요인


1) 서류전형 : 정보통신공학전공, 학점 3.4, 토익 840점, 무선설비기사, 정보처리기사, 경력 없음.
2) 필기전형(전공) : 객관식 50문항(전공 및 상식), 단답형 주관식 10문항 중 자체 채점 결과 객관식 3문항, 주관식 1문항 틀림.
3) 논술 및 인적성 : 논술 한자 20단어 혼용 포함 세부 3문항 작성, 적성검사 영역별 20문항 중 평균 16문항 풀이(속도 80%), 정확도 모름.
4) 면접전형 : 인성, 토론, PT 자체 평가 결과 인성 및 PT면접 지원자 4명 중 1등, 토론면접 지원자 8명 중 1등

이중 면접전형은 정량적 평가가 곤란한 부분이 있으므로 함께 면접에 들어간 조원의 평가를 참고했다. 서류전형-필기전형-논술전형-면접전형을 거치면서 서류전형을 제외한 모든 전형에서 1등을 했다고 생각했다. 채용인원이 10명이기 때문에 적당히 커트라인을 넘어야겠다는 생각은 별 의미가 없었다. 

모든 사회 현상은 정규분포곡선을 그린다. 평균에 가장 많은 인원인 80%가 분포하고 양 끝은 각각 전체의 10%가 분포한다. 합격선이 가운데 선인 2번 선이라고 가정하면 대부분은 이 합격선만을 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지 못한 문제 유형이 나오거나, 면접에서 본인이 준비하지 않은 질문이 나오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떨어진다. 하지만 1번 영역을 목표로 했을 경우 그러한 돌발 상황으로 점수를 잃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2번 영역에 들어 합격하게 되는 것이다. 즉, 2번 영역을 목표로 하지 않고, 1번 영역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규분포곡선>


채용인원이 적을 수록 최상위권을 들어야만 합격이 가능하며 대규모로 채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항상 평균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포하기 때문에 1점 차이로 100등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여기서 1번 영역에 있는 지원자는 무조건 합격, 4번 영역에 있는 지원자는 무조건 불합격이고, 2,3번 영역에 있는 지원자는 합격 또는 불합격이다. 1,4번 영역이 실력이라면 2,3번 영역은 운에 의해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그래서 면접이 운 이네, 취업이 운 이네 하는 말들이 생기는 것이다. 본인이 실력으로 1번으로 올려놓지 못해놓고 운 타령을 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1번 영역에 올려놓으면 불합격할 수가 없다.
 
나 역시 항상 1번 영역 최상위권을 목표로 준비했고, 그렇기 때문에 컨디션이 나빴던 시험, 예상치 못한 범위에서 출제된 어떤 시험에서도 합격할 수 있었다. 1등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아무리 못 봐도 10등으로 합격을 하게 되는 것이고, 10등을 목표로 했다면 조그마한 실수에도 11등으로 불합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량적 평가에 있어서 정규분포곡선을 이해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 2,3영역에서 벗어나 1번 영역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합격선을 가운데 2번 선이 아닌 1번, 2번 영역 가운데 1번 선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의외로 합격이 쉬워진다.

2. 정성적인 요인


1) 성공의 습관 '일단 하면 성공한다'

무엇인가 이루는 사람과 항상 포기하는 사람의 차이는 성공의 습관이 있는지 실패의 습관이 있는지로 결정된다. 무언가 시도하면 항상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현실과 타협하여 항상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고 나서 합리화한다. '역시 이것은 나한테 무리였어.' 이러한 사람은 비단 취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다 적당히 타협하고 포기한다. 과거 취업을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결정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란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때 그런 식으로 채용했던 이유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의 습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숨어있었다. 채용을 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면서 가장 효과가 높은 도구를 이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데이터들을 축적하며 학습능력과 업무능력이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고, 그러한 평가 방식을 폐기했다. 대신 업무능력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신입사원 연수성적이었다. 그래서 신규 발령 시 입사성적보다는 연수성적을 기반으로 발령을 낸다.

학습능력은 일정 수준 이상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다음 과정인 면접에서 성공의 습관을 면밀히 살피게 되었다. 아주 쉬운 예로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한국사 1급 자격증만 가지고도 판단할 수 있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취득하라고 하면 2급을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는 학생들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1급은 어렵고, 2급이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한국사 1급을 안 했냐고 물어보면 점수가 안돼서 2급을 취득했다고 한다. 입사 후 맡게 될 업무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이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업무를 맡길 사람을 뽑아야 하는 면접관 입장이라면 1급이 어려워 2급을 취득했다는 사람을 뽑을 것인가?

어떻게 이것만 보고 판단을 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보고 판단한다. 면접관은 하루 많으면 100명의 지원자들을 보고 평가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본인 말고도 밖에 100명의 지원자가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에게 많은 기회를 줄 시간도 이유도 없다. 5~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면접관은 단지 10분 동안 지원서와 자소서, 그리고 본인이 하는 말을 통해 성공의 습관이 있는 사람인지 실패의 습관이 있는 사람인지 판단할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봤던 취업을 위한 필기시험(논술시험 포함)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머리가 좋거나 전공을 잘해서가 아니다. 단지 시험을 보러 가면 무조건 붙어야 한다는 성공의 습관 때문이다.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어이없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한 달이면 720시간이다. 동영상 강의를 기준으로 한 과목이 20강, 한 강의당 1시간 30분 분량이라면 한 과목의 동영상 강의를 다 보는데 필요한 시간은 단 30시간이다. 3회독 한다고 가정했을 때 90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 간 잠을 안 잔다고 가정하면 8과목을 3회독씩 독파할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이다. 

문제풀이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2달이면 모든 과목을 공부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실제로 내가 공부한 방법이다. 처음에는 1배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전체 과목에 대한 내용을 파악한다. 두 번째는 1.2배속으로 처음보다 조금 자세하게 필요한 내용은 필기를 하면서 본다. 이때가 정말 공부하는 시간이다. 세 번째는 1.4배속으로 공부한 것을 확인하는 기분으로 본다. 그다음은 계속 문제 풀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없어졌지만 10년 전에는 논술시험이 있었다. 필기시험이 끝나고 논술시험까지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다. 논술 스터디원 중에 논술 시험 할당 분량인 1000자조차 다 채워 넣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다음날 조금 나아졌고, 그 다음날 이제 할당 분량은 다 채울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다음날 할당 분량을 채우는 것은 물론 내용이 정리가 되어 간다. 그 다음날 정리가 된 것은 물론 내용이 참신해졌다. 이렇게 논술을 써본 적이 없어서 분량조차 채우기 벅찼던 학생은 일주일 후 제법 볼만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논술 시험에 합격했다.

심지어 성공의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논술시험이 있을 때 글씨 쓰는 연습도 한다. 고시 2차 시험에 답안 작성하는 연습을 하듯이. '혹시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나와서 답안 작성하는 시간이 부족할까 봐', '혹시 글씨를 못써서 평가자가 내 글씨를 못 알아볼까 봐'. 이런 태도가 성공하는 습관이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의지가 있는 사람은 성공을 하고, 그것이 반복되면 성공의 습관이 된다. 습관이 생기면 합격은 따라온다.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다.

<'성공의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
<성공으로 가는 길>


 
2) 경쟁력 & 차별화 : 모난 돌이 정 맞는다

1.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면 대인 관계가 원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
2. 너무 뛰어난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기 쉬움을 이르는 말.

우리는 의식했던 의식하지 않았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를 실천하고 살아왔다. 항상 중간만 가길 강요당했고, 소수보다는 다수에, 혼자보다는 무리에 속하길 원했다. 혼자 밥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며 모두가 맞다고 말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교육받고 세뇌당해 왔기 때문에 남과 다른 것을 못 견뎌하고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게 둥글둥글하게 모나지 않는 것이 성격이 좋은 것이고, 소위 훈남, 훈녀가 되는 길이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꼭 둥근 돌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면접의 경쟁률은 2~4대 1이고, 일부 기업은 5대 1 이상인 곳도 있다. 이때 면접관은 모난 돌을 골라내기 보다 모난 돌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 예컨대 4명의 지원자가 있다. 그중 2명을 선발해야 한다. 3명의 지원자는 차이점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고, 나머지 1명은 3명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이때 누가 선별될 것인가. 똑같은 3명 중 2명을 선발할 면접관은 많지 않다. 똑같은 3명 중 1명, 나머지 다른 1명 이렇게 2명이 선발될 확률이 크다. 

기업에는 다양한 업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똑같은 능력을 가진 2명은 필요 없다. 단순 반복 노동을 주로 하는 곳에서나 똑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은 주목받기 힘들고, 따라서 합격할 확률이 낮아진다. 등근 돌보다는 모난 돌이 눈에 띄고, 궁금해진다.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이미 앞서 100명의 지원자가 했던 말을 또 한번 101번째 한다면 듣고 싶겠는가?

본인이 하는 말이 101번째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점검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스터디가 필요한 것이다. 근데 스터디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스터디를 하면 할수록 또 스터디원 모두가 점점 똑같아진다. 따라서 준비된 다른 것이 아닌 본인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본인만의 경쟁력이며 그 경쟁력으로 합격을 하는 것이다.

면접 질문 중에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라는 질문을 가장 어려워한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것만을 공부했고, 똑같은 것만을 생각했으며 똑같은 것만을 경험해 왔다는 뜻이다. 가장 많은 답변은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기업에서 인턴을 했으며 어학연수를 했기 때문에 어학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답변을 수백 번 들어봤다. 당연히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 지원자는 다른 지원자와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경쟁력을 잃게 된다.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즉 다른 지원자에 비해 무엇을 잘하고, 어떤 차별화된 준비를 해왔으며 그 차별점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가를 말해야 한다. 절대적 장점이 아닌 상대적 장점을 말해야 한다. 내 장점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 역시 갖고 있다면 나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 그런 것을 말해선 안 된다. 안 된다기 보다 해봐야 효과가 없다.

면접에서 PLC(Power Line Communication)라는 전력선 통신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때 "PLC는 파워 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약자로 기존 60Hz를 쓰는 전력선에 주파수를 변조하여 데이터를 함께 싣는 전력선 통신 방식입니다." 이렇게 PLC의 정의를 이야기한다면 누구나 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화를 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정의, 현황, 전망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을 해서 준비해 갔다. 

"(정의) PLC는 파워 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약자로 기존 60Hz를 쓰는 전력선에 주파수를 변조하여 데이터를 함께 싣는 전력선 통신 방식입니다. (현황) 현재 한전은 2006년까지 대전지역에 300가구를 대상으로 PLC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 시범사업을 한 후 전국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망) 향후에는 초고속인터넷망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저개발국가와 통신망을 가설하기 힘든 도서,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PLC 방식이 우리나라에 사용되기 힘든 기술이다. 이미 초고속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다 구축된 상태에서 굳이 속도나 안정성이 떨어지는 전력선 통신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답변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여 이렇게 대답을 했다. 당시만 해도 한전 지사에 가면 '인터넷 존'이라고 해서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인터넷 PC가 설치되어 있었다. 얼마 후 예상처럼 없어졌고 지금은 스마트그리드에 일부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된 답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면접관은 똑같은 설명을 100번째 듣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101번째 똑같은 설명을 할 것인가,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이야기할 것인가 결정해라. 실무자들은 이론적인 것은 별 관심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한다. 실무적으로 그 기술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고 어떤 곳에 사용되는지 그리고 어떤 장단점이 있고, 그러한 장점을 어떤 곳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이론적 지식을 앵무새처럼 달달 외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

토론면접 주제가 '대학 기부금 입학 찬반'이었다. 이때 대부분은 반대 입장은 학생 측면에서 제시하고, 찬성 입장은 학교 측면에서 제시하게 된다.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입학한 학생들과 단지 부모의 재력으로 쉽게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저는 학교가 부유한 학생들에게 기부금을 받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가난한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으므로 찬성합니다."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하루 조당 8명씩 10조의 면접을 평가해야 한다. 벌써 앞에서 9개 조가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나갔다. 10번째 조로 들어와서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귀 기울여 듣겠는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이해관계자부터 파악해야 한다. 가장 흔히 생각하는 학생과 학교 외에 학부모, 교직원, 교육부, 교육청, 학원 등 사설 교육기관, 교육 관련 시민단체, 학교 주변 지역주민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파악한다. 그리고 나서 또 세분화한다. 학생은 혜택을 받는 부유층 자녀, 저소득층 자녀, 입시 대상자, 내년 입시 대상자 등으로 또 구분할 수 있다. 학부모도 자녀에게 기부 입학의 혜택을 줄 수 있는 부유층과 자녀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저소득층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세분화 한 후 다른 지원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측면의 관점을 제시하면 된다.

실제로 나는 학부모 중 저소득층 관점을 제시하여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했다. "저소득층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서 본인도 자녀들에게 기부금 입학으로 쉽게 학교를 진학시키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하여 반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빈부 격차를 떠나 모든 계층에서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지원자들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인성면접, PT면접, 토론면접 형식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차별화가 가능하다.

'모난 돌이 정에 맞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모난 돌이 깎아서 필요한 곳에 쓰기 더 쉽고, 둥근 돌은 상대적으로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은 버려라. 어차피 면접에서 쓰지도 못하고 써도 효과가 없다. 본인만의 관점, 본인만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선택받을 수 있다. 비단 취업할 때뿐만이 아니라 입사 후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전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한 선배분이 이런 말을 했다. 

"주요 설비는 잘 하는 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굳이 나까지 그 설비에 대해 전문성을 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그분들보다 잘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설비가 무엇이 있을까 찾았고 결국 전원을 선택했다. 전원은 어떤 장비에든 다 필요한 기본 설비이지만 이것을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 결과 교육원에 전원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이 오고, 전원에 대한 장애가 있으면 임원들이 나를 찾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인 지원자들 속에 '낭중지추'가 된다면 그것을 알아보는 면접관을 만났을 때 합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답을 쫓지 말고 차별화를 추구하면 생각보다 쉽게 기회가 온다. 자, 이제 모난 돌이 되어 보자.  -헨리샘-

<한국전력공사 합격통지서와 임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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