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견한 기쁨
내겐 오래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는 학창 시절 때부터 '처음' 해볼 법한 많은 순간들을 함께 경험했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와 경험했었던 순간순간들이 쌓여서
나의 호/불호가 생겼고,
'취향'이라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쿠사마야요이를 보러 새벽 버스를 타고 대구에 갔었고,
#월디페에서 처음으로 EMD이라는 음악을 알고 흥에 흠뻑 취해봤었다.
#상해 에 가서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대짝으로 마시기도 하고,
#베트남 깟깟마을에서 고수의 고수가 되며,
#크로아티아 그로테스크한 박물관도 함께 관람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여행 메이트인 이 친구와 서울 투어를 하였다.
#남산 투어
선선한 날씨, 남산 성곽길을 걷고 에스프레소바를 갈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비에 다음 행선지를 빠르게 찾아 나섰다.
#필동
근래 지나가다 발견한 가게 3곳을 방문했지만
놀랍게도, 3곳 모두 휴. 무.
두 시간 이상을 헤맨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서로 웃음을 터뜨렸고, 필동과 을지로 사이의 새로운 곳을 즉흥적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친구와 나는 불빛을 따라 새로운 바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곳은
#방해받지않는곳
이름부터 매력적인 이곳은
을지로 공장터 사이에서 화려한 간판 없이, 불빛과 음악으로만 사람을 홀리는 그런 곳이었다.
친구와 합심으로 찾아낸 이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요 근래 일개미 같은 나의 일상이 쳇바퀴 같고 답답했던 근본적인 이유를 깨달았다.
#내사람 그리고 #내취향
나의 정체성이 되는 중요한 것들이
후순위가 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난날들이
어쩌면 나의 정체성을 탁하게 한 건 아닌지...
오늘부터라도
나의 정체성이 되는 중요한 것들이
우선순위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기에..
오늘의 순간을 브런치에 기록해둔다.
#방해받지않는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