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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Apr 13. 2022

새벽, 나를 만나는 시간(따뜻한 물 마시기)

나의 하루를 깨우는 아주 작은 습관


새벽 기상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새벽 루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새벽 기상을 꾸준히 지속해 온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이제 4개월 차) 새벽 기상 후 나만의 일정한 루틴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새벽 기상의 질이 확실이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뒤로 거의 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움직인다. 지난 글에서 나는 짧은 명상으로 시작하는 나의 첫 번째 루틴을 소개했다. 나의 두 번째 루틴도 첫 번째 루틴만큼 간단하다. 바로 따뜻한 물 한잔을 끓여서 마시는 것이다.    


https://brunch.co.kr/@lluuull/29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워 5분간의 짧은 새벽 명상을 마치면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명상의 끝에 오늘 하루도 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라는 따뜻한 마무리 인사를 들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어둠 속에서 어색한 듯 희미하게 웃는다. 신랑이 자다가 일어나 이 장면을 본다면 크게 놀라 뒷걸음질을 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우리 집 세 남자는 내가 명상을 하는 시간에 늘 한밤중이다. 꼬맹이 두 남자는 번갈아가면서 깨 나의 새벽을 침범하곤 하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는 내가 깨우기 전까지 절대 일어나는 법이 없다.


작은 스댄 냄비를 서랍에서 꺼내 정수기 물을 받는다. 나의 모든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고요하다. 적당량의 물을 받아 인덕션에 불을 올린다. 내가 전기포트가 아닌 냄비에 물을 끓이는 이유는 포트를 자주 세척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냄비는 그저 물을 끓여 컵에 따르고 남은 물은 싱크대에 비워내고 다시 건조대에 얹어 놓으면 끝이다. 따로 설거지가 필요 없다. 나의 동선과 행동 모두 간소화한다.    

잠시만 인덕션 앞에 서 있으면 물은 금방 끓어오른다. 물이 끓어오르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순간이 나에게 찰나의 명상처럼 느껴진다. 나의 이 모든 활동들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다. 작은 소등조차도 켜지 않는다. 창문 밖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빛의 전부다. 내 방으로 들어가 스탠드를 켜기 전까지 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새벽의 이 어둠 안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느리고 고요하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나를 재촉하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이 새벽을 사랑하는 이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컵을 꺼내어 뜨거운 물을 가득 따른다. 컵이 많지도 않지만 나는 그 어둠 속에서도 나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컵을 고른다. 사실 금방 끓인 물이 뜨거울 때는 몇 모금 마시지 못한다. 읽거나 쓰는 나의 새벽 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뜨거웠던 물은 금방 온기를 잃는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물을 끓인다. 물을 끓이는 행위가 명상을 통해 깨어낸 나의 의식을 다시금 현재로 가지고 오기때문이다. 방으로 들어 와 책상에 놓인 컵 받침대에 컵을 올려놓으면 나의 새벽에 뜨거운 물 한컵의 온기가 더해진다.    


이제 자리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물의 뜨거운 기운이 내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이완시킨다. 그 순간 내 몸과 마음은 하루 중 가장 말랑말랑한 상태가 된다. 무엇을 읽든 깊이 흡수하고 무엇을 쓰든 내 안의 것을 가장 날 것으로 꺼내놓는다. 새벽에는 물을 끓이고, 마시는 행동 만으로도 나를 가장 편안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새벽은 그런 시간이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해야지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명상을 마친 어느 날 내 몸이 따뜻한 물을 원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물을 끓였다. 명상과 따뜻한 물 한컵의 나의 새벽 루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단순한 루틴은 내 마음의 저항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아주 작은 시도였다. 아주 작은 시도였기에 처음에 아주 가볍게 시도할 수 있었고 4개월 가까이 그 루틴을 큰 흐트러짐 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새벽기상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새해에 다짐한 새벽기상 또는 미라클모닝 실패로 의기소침해졌다면, 들쑥날쑥한 새벽 기상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면 나의 하루를 깨우는 아주 작은 습관을 한두 가지 만들어 시도해보길 바란다. 분명 나만의 새로운 새벽이 열릴 것이다.    


사실 새벽기상의 왕도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거기에 나만의 작은 새벽의식을 더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새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팁이라 할 수 있겠다. 늦은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소파에 누워 허송세월 보내지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새벽의 고요함과 사랑에 빠져보라고, 나의 글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닿아 당신의 마음에 ‘나도 새벽기상을 한 번 해볼까’하는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면 더없이 기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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