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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Dec 20. 2022

나와의 인터뷰

그림책<L부인과의 인터뷰>를 읽고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소나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제가 지은 필명이 꽤 마음에 들거든요.     


가족은 어떻게 되시죠?     


지금 현재 신랑, 8살, 5살 개구쟁이 아들 둘과 살고있어요. 한시도 가만있지않는 장난꾸러기들이지만 저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아이들 이랍니다. 그런데 저는 가끔 그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지금의 남편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직장동료였어요. 아니 현재도 둘 다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현재진형이네요. 직장에서 만나 2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사실 저는 처음에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고 신랑과 나이차이가 조금 있는 편이라 가볍게(?) 만나려고 했는데 다정다감하고 성실한 사람이여서 만나면 만날수록 이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어요. 23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처음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있었지만 일을 하다보니 내가 기계 부품처럼 느껴졌어요. 아니 처음엔 내가 일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임신하고 휴직했다 아이 둘 낳고 키우고 다시 복직을 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기계 부품처럼 쳇바퀴 돌 듯 사는 내가 보였어요. 그때부터 였던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찾기 시작한게.     


무엇을 찾으셨는데요?     


그 무엇이라는게 말이죠.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고 다녔어요. 이상하게 내가 바라던 세계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낄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늘 뭔가 허기졌어요. 공무원은 제가 그 상황에서 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내가 좋아하고 원하던 직업은 아니었다는 것을 공무원 생활 십년차쯤 깨닫게 되었어요. 허기졌던 그 이유를 찾는데 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걸렸네요. 오래된 것은 원래 오래 걸리는 법이죠.      


후회는 없으세요?     


후회요? 후회 없는 삶이란 존재할까요? 후회는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아요. 아니 지나간 일은 지나갔으니 어쩔수 없고 후회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는 해요. 그러나 지나고보면 가장 후회로 남은 일들이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더라구요.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집안일 중 제일 힘든 건 무엇인가요?     


집안일은 사실 모두 힘들어요. 왜냐면 끝이 보이지 않잖아요. 뭔가 끝이 보여야지 일을 하고 나서 마음이 개운한데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없잖아요. 사실 시간과 공은 많이 드는데 해도 별로 티가 안나고 안하면 이거 뭐 반나절만 지나도 발디딜 틈도 없어지고. 그래서 한때는 정말 집안일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이 조금 크고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하자싶어 집안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더니 살림이 결국 나와 가족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화장실청소는 매일 미루고있지만 말이예요.     


특별한 취미는 없으신가요?     


특별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독서가 취미였다가 요즘은 글쓰기로 바뀌었어요. 책을 읽다 보니까 쓰고 싶어지더라구요. 쓰고 싶은 마음에서 씀으로 나아가기까지 오래걸렸는데 지금은 글쓰기로 내 이야기를 내가 들어주는 시간의 기쁨을 즐기고 있어요.     


하루 중 제일 바쁠 때는 언제인가요?     


아침시간이요. 아침에 신랑, 아이들 아침밥 챙기고, 아이 둘 등원준비하는 아침시간이 가장 정신없어요.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신랑도 아이들도 느긋한 성격이라 저 혼자 늦을까 싶어 매일 동동거려요. 아침에 “빨리 준비하자”라는 말을 안하는 그날이 오긴할까요? 그런데 신랑 출근하고 아이들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와 고요한 집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시간이 또 그렇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폭풍 뒤 찾아온 고요함이랄까요.     

다시 숲으로 돌아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예전에는 숲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오랜 휴직 후 복직했을 때 ‘그래, 내 일을 한다는게 이런 느낌이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일에 몰입하는 그 시간이 기쁘기도 했구요. 그런데 나 혼자 숲에서 살던 시절과 아이 둘을 낳고 엄마가 되어 숲에서 살던 시절의 간극은 제가 상상하던 것 이상이더라구요.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 숲은 같은 숲이지만 같은 숲이 아니었구요. 나는 단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싶었을 뿐인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하루의 2-3시간 밖에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쌓인 피로와 집안일에 밀려 매일 밤‘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되뇌다 잠들곤 했어요. 나는 그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싶었을 뿐인데 말이예요. 이게 욕심은 아니잖아요? 20대의 내가 내 상황에서 한 최선의 선택이 공무원이었다면 30대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지금 저는 열심히 탐색중이예요. 20대의 나와 달라진게 있다면 상황에서 최선이 아닌 내 마음에 최선이고 싶다는 거랍니다. 저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게 될까요, 돌아가지 않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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