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1. ‘킹리적 갓심’.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데드풀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언어유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 마블 캐릭터에 대해서 잘 모르고 또 전체적인 세계관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는 편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씩 기회 있을 때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몇몇 캐릭터들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마블 영화를 봤을 때는 ‘우와, 정말 멋있다...’라는 생각에서 그치곤 했었는데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 영화는 남달랐다. 멋있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유쾌하고 몇 번 더 찾아보고 싶은 그런 영화였다.
3.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고 난 뒤에야 뒤늦게 데드풀 시즌1 영화를 봤다. 데드풀 스스로는 끝까지 영웅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게 있어서 데드풀은 영웅이었고 아무리 무섭거나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자신만의 유머와 입담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그런 인물이었다. 영웅마저 틀에 박힌 편견을 살아가고 있을 다른 명예로운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오히려 그러해서 그런 데드풀에게 인간적임을 느껴 그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것 같다.
4. 심히 ADHD가 아닐까 싶은 모습과 오두방정 떠는 모습, 상대가 좋든 싫든 일단 자기만의 애정표현을 슬쩍하는 모습 등 그저 부정적으로만 볼 법한 모습들을, 데드풀은 그런 모습들 마저 장점인 것처럼 보이게끔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게 멋있었다. 나와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조용히 지내려 하고 가만히 있으려 하며 누구에게든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절제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하고는 말이다(물론 모르는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나는 그런 데드풀의 모습마저 부러웠다. ‘그’라서 할 수 있는 말들과 모습들을 보면서도 밉지가 않고 닮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5. <데드풀과 울버린>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데드풀 시즌1 영화를 찾아보고 또 OST를 찾아서 반복재생하여 들을 만큼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은 보통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하고 또 착하게 살며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지만, 데드풀은 누군가에게 정의로운 척 말을 하면서도 사실 속마음은 복수하고자 하는 타인의 마음에 잘했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라 푹 빠지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보통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착하게 살아야 된다, 적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등 바른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데드풀만큼은 아니었다. 바른말을 할 줄은 알았으나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도 슬쩍슬쩍 드러낼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데드풀이 좋았다.
6. 불리할 때, 혹은 일을 해결해 나감에 있어서 계속해서 유머로 승화시키며 스토리를 풀어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유머는커녕 웃음 짓는 것조차 힘들던데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말을 하거나 욕을 해도 밉지 않은 그의 모습이 그저 부러웠다.
7. 마블 영화고 판타지 및 액션 영화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역시도 오로지 나 자신만의 고유한 에너지를 가지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특별한 능력으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품기도 했다. 그러면 그건 그거대로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