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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Aug 01. 2024

조교 인수인계받은 지 일곱째 날

<7> 2024년 7월 30일 화요일

갑자기 화가 났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출근할 때부터 긴장이 무척 많이 됐는데 이번에는 긴장보다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 감정이지만 왜 이런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까지 긴장이 많이 되다가 점점 새벽이 깊어질 때쯤에는 갑자기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우울함의 근원은 내가 한창 스트레스를 받고 그만큼 많이 피곤한 상태인데 나의 이 힘든 경우를 누구에게든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긴장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거나 혹은 해결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생각에서부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내 얘기를 듣는다면 어쩔 수 없다거나 혹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는 식의 조언들을 해주는 게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러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이럴 바에야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할 때도 있다).


그나저나 화가 난 상태로 출근을 해서인지 어제에 비해서는 긴장이 덜 됐다. 화가 나는 이유는, 처음이라 실수하거나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건데 전임자의 다그치는 듯한 인수인계 방식 때문이었다. 어딜 가든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의 사람은 또 처음 만나보는 거라 더욱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나는 계속 긴장 상태이니 방금 들은 이야기이거나 혹은 저번에 들었던 설명임에도(심지어 필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일이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껏 비장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학생 문의 전화가 아닌 대부분의 전화가 교수님으로부터 오는 연락이었다. 전임자를 찾는 경우의 전화라 전화를 돌려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 전부였다. 그 덕분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긴장감과 화남이 수그러드는 듯했다.


전임자는 내일까지만 근무하고 나면 퇴사한다. 8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나 혼자 출근해서 일을 하게 된다. 물론 그 이후로도 며칠 동안에는 전임자가 출근해서 추가로 이것저것 더 알려줄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나중에는 전임자를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얼른 업무에 능숙해지고 싶다. 나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업무에 익숙해지려면 결국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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