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
캐나다는 매해 평균 30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대만, 인도, 필리핀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가족단위로 이민을 와서 시골 지역에도 백인보다 아시아인을 찾아보기가 더 쉽다. 넓은 땅덩어리가 있으니 세금을 낼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이민을 하게 되면 이민국(IRCC)으로 부터 영구적인 거주 권리인 영주권을 받게 되고 주민등록증 같은 카드 한 장으로 그 권리를 확인한다. 영주권은 5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며, 10년 이상 유지 시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시민권을 받으면 해당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고, 투표권이 생긴다. 나는 현재 캐나다 영주권이 있는 한국 시민권자이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동안에는 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료를 내고 의료 혜택을 받고, 캐나다에 있는 동안은 주정부의 health care plan에 따라 보험료 지불 없이 의료 혜택을 받는다. 캐나다는 치과와 안과를 제외한 모든 진료가 무료인 무상 의료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약값은 지불해야 한다.)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이민 방법은 돈을 내고 영주권을 사는 투자 이민이었다.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약 7억을 내면 온 가족이 이민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가족은 이민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나는 그만한 돈을 아직 만져보지 못했다. 내가 이민을 한 방법은 출신 국가에서의 업무 경력을 이용한 skilled worker 전형으로 정부에 지불하는 비용은 많지 않다. 나는 2017년 7월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와서 2020년 1월 영주권 신청을 했다. 영어 점수와 현지 경력을 미리 만들어 뒀더라면 조금 더 빨리 신청을 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계획적인 편이 아니었다.
캐나다 이민 제도는 간단하게 말해 점수에 따른 커트라인 제도이다. 매주 각 전형별 커트라인을 발표하고, 커트라인 이상의 점수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초대장을 받는다. 초대장을 받은 이후에는 서류를 보충해 영주권 승인 심사를 신청하면 된다. 나는 연방정부에서 주관하는 Skilled worker 전형이 포함된 Express Entry에서 476점을 받았고, 그 주의 커트라인은 470이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형에 따라 기준이 여러 개 있고, 기준별 만점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서 제일 처음에 있는 나이의 경우 만 30살 미만의 경우 만점이고, 만점은 110점이다. 30살 이상부터 1살이 많을수록 1점씩 깎인다. 교육은 한국에서 대학교까지 나왔을 때 120점으로, 캐나다에서 학교를 졸업할 경우 Canadian Education 항목에서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영어 시험 점수는 IELTS 평균 6.5로 80점을 받았고, 현지 경력 1년이 40점, 한국에서의 경력이 50점, LMIA(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 50점 등이 더해졌다. 점수 계산은 이민국 홈페이지에서 가입이나 비용 없이 바로 계산이 가능하다.
- 전형별 점수 설명 페이지 바로가기
- 내 점수 계산 페이지 바로가기
- Skilled worker 전형 자격조건 설명 페이지 바로가기
나이, 학력, 한국 경력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점수를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영어 점수와 현지 경력이다.
1) 영어 점수
영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은 IELTS(영국식 영어), CELPIP(캐나다식 영어) 두 종류이다. 영국식 영어 듣기가 어려웠던 나는 CELPIP으로 시험공부를 먼저 시도했다. CELPIP(약 $241)이 IELTS(약 $325) 보다 더 저렴한 것도 이유가 되었다. 짧게 학원을 다니고 두 번 시험을 봤는데 Listening, Reading, Writing에 비해 Speaking 점수가 현저히 낮았다. 그도 그럴 것이 CELPIP Speaking 시험 방식이 나와 맞지 않았다. CELPIP 스피킹 시험은 토익 스피킹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컴퓨터에 답변을 녹음해야 하는데, 준비할 시간이 굉장히 짧고 지문이 어려워 어버버 하다 보면 주어진 30초가 다 가버리고 말았다. 그에 비해 IELTS Speaking은 면접관과 직접 얼굴을 보고 1:1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라 대화하듯이 자연스러운 답변이 가능했다. 결국 IELTS로 시험을 변경하고 2번 시험을 쳤다. 처음 시험은 인터뷰 때 너무 긴장해서 기대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시험에서 눈빛과 손짓으로 답변을 격려해주는 다정한 면접관을 만나 점수가 조금 올랐다. 최종 점수는 평균 6.5로 높은 점수는 아니다. 스피킹 외 항목에서도 답을 맞히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몇 달 준비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는 쉽게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는 시험이었다.
2) 현지 경력
현지 경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있는 워크 비자가 필요하다. 내가 가장 처음 받았던 워크 비자는 1년짜리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여러 일을 하다 보니 Skilled worker 전형에 해당되는 직업군 일을 하지 못했다. 1년이 지나고 LMIA를 신청하면서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워크 비자를 신청했고, 그 워크 비자 심사 기간(약 4개월) 동안 비자 심사 대기 신분으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LMIA가 승인되자 다시 1년짜리 워크 비자 신청을 했고 그 기간이 끝나기 전에 영주권을 신청했다. 영주권을 신청 결과가 나오는 동안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시 1년짜리 워크 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그 비자가 끝나기 두 달 전에 영주권이 나왔다. LMIA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의 약자로 내가 아는 대로 설명하자면 캐나다 내 외국인 고용 승인 레터이다. 연방 정부의 정책은 모든 직업에 자국민(캐나다인) 우선 고용을 장려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한 회사가 외국인(한국인)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 그 이유를 고용주의 인터뷰로 설명하고, 자국민을 고용하려 하였으나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을 Job market 가짜 구인공고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이렇게 받은 고용 레터이기 때문에 비자 기간 동안 그 직장에서만 일할 수 있다. 이런 워크 퍼밋을 Closed Work Permit이라고 한다. LMIA 진행을 위해서는 회사의 직원 수, 운영 기간, 재정, 세금 납부 등을 정부에 증빙해야 해서 고용주 입장에서는 생색낼 것들이 많은 데다가 그만두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근로자에게 갑질을 하기도 한다.
나는 LMIA와 여러 번의 워크 비자를 신청을 위해 이주공사의 도움을 받았다. 어떤 서류들이 필요한지, 가짜 구인광고는 어떻게 만드는지, 언제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지, 그 이후 어떤 신분 상태가 되는지, 어떤 근로 조건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는 것들 천지라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주공사 계약금은 세금 포함 $3,150을 납부했고, LMIA 신청 비용 $1,000(지원해주는 고용주도 있다)과 워크 비자 신청 때마다 든 $155은 정부에 지불했다. 작은 서류 실수로 비자가 거절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번 거절 기록이 있으면 평생 모든 승인에서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모든 절차가 꼼꼼히 처리되어야 한다. 이주공사에서 실수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본인도 정확히 지식을 알고 상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 기간 동안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직업군에 맞는 서류상 시급과 휴가비를 받아야 하며 임금 지불 확인서, 근로 계약서, 고용 확인서 등을 잘 보관해야 한다. 모르고 근로 조건을 지키지 않고 일을 하다가 영주권 신청 자격이 미달돼 결국 포기했다던가, 악덕 고용주에게 이용만 당하다 건강을 잃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괴담은 흔하다.
점수를 만들었다면 이제 최종 서류를 준비해 Express Entry 신청을 하면 된다. 이 신청으로부터 심사 결과가 나오기 끼지 보통 6개월이 걸린다고 이민국 홈페이지에 나와있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민국은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사 직원 배정 시스템 또한 랜덤이다. 어떤 사람은 3개월만이 걸렸다고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 1년이 걸린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최종 서류는 다음과 같다.
- 대학교 영문 졸업 증명서
- 대학교 영문 성적 증명서
- 국민 연금 납부 기록 (영문 포함)
- 소득 금액 증명서 (영문 포함)
- WES(World Education Service) 학력 인증 서류
- 한국 경력(고용) 확인서
- 현지 고용 확인서 및 세금 납부 서류
- 영어 시험 결과지
WES는 캐나다 밖에서 취득한 학위를 인증해주는 정부 지정 교육 기관이다. 인증 신청 방법은 본인이 졸업한 대학교에 몇 가지 서류를 봉투에 넣고 밀봉해서 국제 우편으로 WES에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무료로 해주는 학교도 있고 국제 우편비를 부과하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 다만 WES 인증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비용은 약 $260이다.
한국 고용 확인서의 경우 주당 근무 시간, 급여 정보, 주요 업무 내용이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 명시된 사실 확인을 위해 한국어가 가능한 이민국 직원이 한국에 있는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한다. 영문 발급이 어려울 경우 비용을 지불하고 공증 번역 의뢰를 맡기면 된다.
신청 후 커트라인을 통과해 초대장을 받으면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신체검사, 한국 범죄 조회 회보서(실효형 포함), 추가 개인 정보(18세 이후 한국 내 모든 거주지, 한국 및 캐나다 이외 다른 나라 방문 기록-기간, 국가, 목적 모두 기입, 등) 정도이다. 이 중 한국 범죄 조회 회보서가 가장 까다롭다. 캐나다에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 있는 경찰서에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발급이 되지 않는 유일한 서류이다.) 이를 위해 위임장을 작성해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문제는 경찰서에서는 본인이 아닐 경우 실효형이 포함된 조회 회보서를 발급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경찰서에서는 아무리 사정을 해도 실효형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 회보서를 발급해준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디 지역 경찰서에서 실효형 포함을 발급해줬다는 정보가 돌기도 한다. 내 팁은 부모님보다는 같은 나이대의, 발급 이유와 서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Express Entry를 신청하면서 내가 지불한 비용은 정부에 내는 신청비 $1,125, Open Work Permit $255, 신체검사 $305, 영주권용 사진 촬영 $17, 바이오 매트릭스(지문 등록) $85, 공증 번역 $65, 이주공사 계약금 $2,100이다. 모두 더하면 $3,952. 따라서 LMIA 과정과 4번의 영어 시험을 포함해서 내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총 지불한 비용은 $9,804 이 중 이주공사의 서비스의 비용을 제외하면 $4,554 한국돈으로 500만 원이 조금 되지 않는다. 나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문과생으로 LMIA 점수나 영어 점수가 필요했지만 한국 경력이 많은 기술자(ex, 개발자)의 경우 현지 회사에 취직이 되면 영어 점수 없이도 영주권을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본인이 어떤 전형이 가능한지, 어떤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는 이주공사와의 상담이나 충분한 온라인 서칭을 통해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진행 속도와 비용은 그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영주권 신청 후 승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을 다녀올 수 없었던 것과, LMIA를 진행하는 동안 한 회사에 묶여있어야 했던 점이다. 또한 서류상의 시급과 실제 시급과의 차이를 메우느라 월 수익이 크지 않았다. 이제 평생 영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고, 이민자로서 취업을 위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또 무엇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