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Nov 24. 2020

말 없는 남자 VS 말 많은 남자

피는 못 속여~

말 없는 남자의 전형으로 흔히 하는 말이
"밥 먹자", "자자"
집에 와서 마누라에게 이렇게 딱 두 마디밖에
안한다고 흉을 본다.

시골에서 캐온 도라지를 어머님과 다듬으며
(도라지 다듬는 건 언제나 고역이다. 시중에서 껍질 벗긴 채 파는 도라지값이 비쌀만도 하다고 동의하며 어머님과 나는 깊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심어서 3년은 길러야지, 힘들여서 캐야지, 물에 불린 뒤에 칼 들고 껍질 벗겨야지, 삶아서 찬물에 한 번 우려내야지~ 이 과정을 다 거쳐야 나물 만들기 전단계가 끝난다) 오랜만에 마방춘(MBC)에서 하는 서프라이즈를 보는 중이었다.

중국의 노부부 이야긴데 할아버지가 평상시 하는 말이 '밥 먹자, 자자' 단 두 마디뿐이라서 너무 재미가 없다며 할머니가 퉁퉁대자 어머님께서 티비를 향해 대번에 하시는 말씀,

"나는 그라고 살믄 시상 편하겄다."

막 웃다가 생각나서 드린 질문.

"아버님은 말씀이 많으셨어요?"

"오메~~~ 말을 말아라~ 징그럽다! 내가 오죽하면 저 할머니처럼 딱 두 마디만 듣고 살믄 시상 편하겄다고 하겄냐~"

"어느 정도로 말씀이 많으셨는데요?"

"밥상에 달걀후라이를 딱 올린 날이믄 이 달걀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잉? 그럼 어디서 샀어요~ 하고 말하겄지?가게 이름 듣고 자기 맘에 안 드는 가게에서 산 날이면 당장에 달걀접시가 마당으로 날아가뿌렀어야."

"아버님도 차암... 무슨 달걀 사온 가게까지 알아내서 맘에 들고 안 들고는 따지셨대요?"

"그랑께 말이다~ 그라니 다른 거는 오죽했겄냐? 아주 징글징글하다. 주는 밥 먹고, 밥 다 묵었으면 이불 깔고 자면 됐지~ 뭔 참견을 그리 하는지~ 난 말 없는 남자가 젤로 좋드라. 얼마나 조용하고 좋아~ 신간이 다 편하지!"

말 하기 좋아하시는 아버님과 과묵하신 편인 어머님 사이에서 태어난 내 남편은 어떤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아버님 유전자가 탁월하게 작용한 듯하다. 딸보다 아들이 더 따발따발 말하기 좋아하는 것도 그 유전자의 힘인가?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작가의 이전글 새 그리는 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