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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9. 2020

우린 환상의 콤비!

고부도 궁합이 맞아야~

어머님과 나는 많은 면에서 서로에게 부족한 면,
혹은 없는 면을 채워주는 찰떡궁합이다.

뭘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나는 집안 여기저기
수십 년 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깔끔한 어머님은 멀쩡한 거라도 쓸 일이 없다 치면 후딱 갖다 버리는 성격이시다.

그래서 내가 못 버리고 있는 물건들이 우리 가족의 삶을 위협(?)할 때면 나도 모르는 새 어머님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버려지곤 한다.
내가 모르고 지나가면 그냥 영영 빠이빠이지만
만의 하나 내가 재활용 통에 버려진 물건을 보게 되면 바로 또 제자리에 갖다 놓거나, 어머님 눈에 안 띄는 곳에 고이 모셔둔다.

텃밭에 가서 열심히 농사지어 가져오는 건 내 몫이지만, 그걸 잘 다듬고 갈무리해주시는 건
늘 어머님이시다.

고구마 줄기의 경우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질겨서 먹기 힘들기 때문에,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그게 또 일이다. 난 고구마 줄기만 뜯어서 집에 갖다 두면 어머님께서 부지런히 껍질을 벗겨 주신다.

때론 직접 나물까지 만들어주시기도 한다. 그런 날은 완전 계 탄 날이다! 어머님 음식 솜씨가 워낙 좋기 때문에 같은 나물을 해도 어머님표 나물은 정말이지 맛나다.

어딘가로 물건을 사러 가면, 어머님은 딱 봐서 제일 무거워 보이는 짐을 하나 딱 드시곤

"나머지는 니가 들어라~!" 하신다.

나머지 다 합쳐봐야 어머님 하나 드신 것보다 가벼우니, 괜찮다고 그것 제가 들겠다고 해도 꼭꼭 들고 가신다. 며칠 전에도 텃밭에서 쓰일 괭이랑 호미, 모종삽을 대량 구매하게 되었는데, 짐이 많다며 하나 들어주시겠다고 집어 드신 게 제일 무거운 괭이 네 자루!

"어머님~ 남들이 보면 욕해요. 젊은 며느리는 가벼운 거 쏠랑쏠랑 들고 가고, 늙은 시어머니한테 무거운 거 들게 한다고~"

그렇게 말씀드리며 짐을 가져가려 해도 막무가내.

작년에 오른쪽 어깨 힘줄이 세 군데나 끊어져서 수술을 하신 뒤로 한동안은 무거운 건 절대 안 들겠다며 의식적으로 노력하시는 듯하더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평생 해오시던 예전 버릇이 슬금슬금 나오신다. 그럼서 굳이 무거운 짐을 들겠다고 하시니 대략 난감.

이럴 때 보면 환상의 콤비는 아닌가?^^;;

작년부터 조금씩 아파오던 어머님의 왼쪽 어깨가 이제 그 통증을 참기엔 너무 심해져서 어젠 작년에 쭉 다니던 어깨전문 정형외과에 갔다. 정밀검사한 뒤 빨리 수술 날짜를 잡으려고. 그런데...

검사 결과 다행히도 수술보단 스트레칭과
주사만으로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단다.
하여, 수술 안 해서 천만다행이다 여기며
주사만 맞고 나오셨다.

앞으론 제발 무거운 거 드시지 말라고 단단히 말씀드렸지만 과연 잘 지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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