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팀플(팀플레이. 공동과제), 학교축제준비 및 진행(학교축제위원이란다), 기말고사가 줄줄이 이어진 때문에 내려오기 힘들겠다며 미리 어버이날 선물까지 챙겨서 왔다.
머리 긴 엄마와 머리에 신경 마이 쓰는 아빠를 위한 헤어제품이다. 와~ 아들한테 이런 것도 받아보는구나!
맛있어서 잠실나루역까지 가서 사왔다는 생크림호두단팥빵도 식구 수대로 다섯 개를 사들고 왔다. 할머니랑 누나까지 생각하는 세심함을 장착한 아들.
저녁을 거른 채 글을 쓰느라 자정쯤 되니 배고파서 하나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잠실나루역 지하매장에 있는 '소문난 맛집'이란 빵집인데 가격도 2천원! 이 정도면 우리 동네는 최소 3천원쯤 한다.나도 나중에 서울 올라가면 꼭 사와야지~ 싶은 생크림호두단팥빵.
지난 주엔 한 달만에 내려왔는데도 친구들이랑 만나서 밥 먹고, 공부하고, 술마시며 밤새 놀다가 술병이 나는 바람에 집에서 한끼도 못 먹고 술병이 덜 나은 채로 올라갔는데 이번엔 잘 멕여서 올려보내야지~~^^
부지런히 서쪽을 향해 걸어가던 달이
파란 새벽하늘 위에서 환하게 웃는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나처럼 시필사를 하시는 페친 한 분이
오늘 필사하신 시가 바로 이 시이다.
어쩜 내 마음 그대로이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정말.
그래서 내일 필사할 시를 오늘 미리 썼다.
< 아들에게 >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 문정희
사실 395일째 필사한 오늘의 시는 고명재 시인의 <한정식>이란 시였다. 필사한 시 내용 가운데 난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더랬다. 읽는 순간, 마음에 콕 박힌 구절이다.
엄마는 깔깔 웃는다
왜 웃어?
뒤집힌 네 얼굴이 복어 같아서
지금 이 상황에 엄마는 웃음이 나와?
엄마는 어둠 속에 반쯤 묻힌 채
비스듬히 흐르는 황혼을 보고
나는 믿어 네가 잘 살 거라는 거
.
.
.
- 고명재 / 한정식 /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中에서
문정희 시인의 시 '아들에게'를 검색하다 보니, 동아일보에 연재하는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에 이런 평이 나와있어 옮겨본다.
대한민국에는 아주 많은 아들들이 살고 있다. 갓 태어난 아가부터 할아버지까지, 대략 5000만 인구의 반절이 남성이고 누군가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문정희 시인의 이 시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를 진짜로 이해할 사람은 아들들보다는 어머니들이다. 아들의 경우에는 시의 모든 내용이 마음속에 사무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원래 아들이란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할 뿐, 전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어머니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단박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아’라는 첫 구절을 읽는 순간 내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벌써부터 마음이 동요될지 모른다. 어머니에게 아들의 이름은 참 간절했다. 그를 위해 기원하고 기도하는 시간은 절절했다. 어려서는 근거 없이 든든했고, 까닭 없이 사랑스러웠으며, 절대적으로 귀했다. 아들은 커가면서 주로 뒷모습만 보여주었지만 그것마저 사랑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기도와 사랑과 시선을 받으며 아들의 어깨는 넓어져 갔다.
시인의 표현에 의하면 그와 나 사이에는 위대한 신이 사는 것 같았다. 이 말에 많은 어머니들이 공감하실 것이다. 아들은 믿고 의지하고 지키는 종교 같았다. 그러니까 아들은 이미 축복받은 사람이고, 어머니는 이미 거룩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확대해서 생각한다면 누구든 귀한 자식이니 세상에 귀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이 시를 읽으면 왜 학대나 괴롭힘이라는 말, 가혹 행위나 폭력이라는 행동을 미워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종교 같은 사람이고, 종교 같아야 할 사람이다. 그러니까 누구든 함부로 하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