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vin Nov 22. 2016

그림을 그린다.

딸내미와 연결고리



갓 3살 된 딸은 그림을 좋아한다.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칠판에만 바라보는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는 나도 크레파스 향기에 취한다.


삐뚤삐뚤 그린 사탕과 꽃을 보여주고는 미소 발사. 

다 그린 그림을 능숙하게 쓱쓱 지우면서도

내가 그려준 노란 풍선 그림은 

한참을 바라보며 지우지 않는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그 모습을 담아본다.

오래된 필름 사진기로 한 컷,

단단한 디지털카메라로 한 컷.


한 밤에 예술하는 우리 부녀를 바라보던

아내는 이제 그만 씻고 자라며

내 엉덩이를 걷어찬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끌려가면서도

크레파스 2개를 놓지 못하는 녀석의 손에서

저항 예술혼이 피어오른다.


나도 차가운 수돗물에

밀린 설거지를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도록 미안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