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단상
겨울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들 때면
여름날의 꿈을 꾸지요.
머리가 아플 정도의 칼바람도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먹은 것처럼,
발을 애리는 통증 같은 추위를
여름 숲 속 깊은 계곡물에 담근 것처럼,
지친 몸을 뉘어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살포시 다가오는 따듯한 아내의 살결에
나는 따스한 여름날의 꿈을 꿀 수 있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멜로디 삐리링뾰로롱
품에 한 가득 안기고서 나에게 속삭이는 요정이 있어.
"빨래 다됐네, 가서 널어줘라"
돌아와 몸을 뒤척여 돌아 누우면
꼬꼬마 딸아이의 숨결이 콧등에 내려온다.
한 겨울 얼었다가 갓 녹은 시냇물 소리처럼
귓가에 흘러오는 목소리가 있어.
"아빠... 물 가져와."
아름다운 이 겨울밤
나는 여름을 꿈꾸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