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와 연결고리
갓 3살 된 딸은 그림을 좋아한다.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칠판에만 바라보는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는 나도 크레파스 향기에 취한다.
삐뚤삐뚤 그린 사탕과 꽃을 보여주고는 미소 발사.
다 그린 그림을 능숙하게 쓱쓱 지우면서도
내가 그려준 노란 풍선 그림은
한참을 바라보며 지우지 않는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그 모습을 담아본다.
오래된 필름 사진기로 한 컷,
단단한 디지털카메라로 한 컷.
한 밤에 예술하는 우리 부녀를 바라보던
아내는 이제 그만 씻고 자라며
내 엉덩이를 걷어찬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끌려가면서도
크레파스 2개를 놓지 못하는 녀석의 손에서
저항 예술혼이 피어오른다.
나도 차가운 수돗물에
밀린 설거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