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SNS를 기웃대다 보면, 광고인지 홍보인지 모를 '글쓰기에 대한 권유'와 많이 만나게 된다.
'3개월 만에 작가 되기'라든지, '100일 만에 책 내기'라든지.
글쓰기 과정에 등록하여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이끌어 주면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일이 단 몇 개월 만에 이루어질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하긴 작가라는 명칭은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름이고, 책이야 헌법으로 보호해 주는 '출판의 자유'가 우리에겐 있으니 내용과 상관없이 출간하면 그만인 것이겠지만.
그러나 글을 써 본 사람은 안다, 이게 누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글쓰기에 대한 광고성 글을 보다가 갑자기 아이들 키울 때 읽어 주던 그림책 <돌멩이 수프>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랜 여행으로 많이 지치고 배고픈 나그네가 산길을 가다가 인가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두드린다.
집주인인 욕심 많은 할머니는, 자신은 가난해서 나그네에게 줄 것은 하나도 없다며 문전 박대를 하려 한다. 열린 문틈으로 집안에 많이 쌓여있는 식재료를 슬쩍 본 나그네는 할머니에게 말한다.
"드실 것이 없으시다니 안됐군요! 제게 귀한 요술 돌멩이가 있는데, 솥과 불만 빌려주신다면 맛있는 돌멩이 수프를 끓여 드릴 텐데요."
"뭐라고? 돌멩이로 수프를 끓인다고? 솥과 불은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네."
나그네는 솥에 물을 가득 붓고, 주머니에서 돌멩이 하나를 소중한 듯 꺼내 솥 안에 조심스레 넣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나그네는 솥을 저으며 말한다.
"그동안 이 돌멩이로 워낙 많은 수프를 끓여서 맛이 좀 덜 할 것 같네요. 감자 한 개라도 있으면 훨씬 맛이 좋아질 텐데..."
"감자를 가져오겠네!"
감자를 넣은 솥을 계속 저으며 나그네가 또 아쉬운 듯 말한다.
"아~ 양파랑 당근이 있다면 정말 훨씬 풍미가 좋아질 텐데 안타깝네요."
"마침 양파와 당근이 있다네! 잠시만 기다리게."
양파와 당근을 넣고 나그네는 또 말한다.
"이야~ 여기에 고기까지 넣는다면 최고의 수프가 되겠지요?"
돌멩이 하나로 끓인 수프를 먹을 수 있다는 욕심에 신이 난 할머니는 기꺼이 고기를 가져온다.
"이제 거의 다 되어 가네요! 밀가루 한 줌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어쩔 수 없죠."
어느새 집안 가득 풍기는 맛있는 냄새와 따뜻한 온기에 흥분한 할머니는 밀가루를 가져다준다.
"자! 이제 돌멩이 수프가 다 되었어요! 드셔 보세요, 할머니!"
수프를 받아 든 할머니는 감탄을 하며 돌멩이 수프를 먹는다.
"돌멩이 하나로 이렇게 맛있는 수프를 끓이다니! 자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나그네는 할머니와 함께 돌멩이 수프를 배불리 먹는다!
_구전동화 'stone soup'
_각색 JINNY
글쓰기를 도와주는 과정은 아마도 나그네의 주머니 속 돌 같은 것.
내 창고의 훌륭한 식재료를 눈치챈 사람이 먼저 돌멩이를 솥에 넣어 주는 것. 그러고는 한 단계 한 단계, 나도 모르게 나의 창고 문을 열어 이것도 저것도 가지고 나오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