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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Jan 06. 2022

<220103> 돌멩이 수프



글쓰기에 대한 필요와 열망이 유행처럼 퍼지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여러 가지 SNS를 기웃대다 보면, 광고인지 홍보인지 모를 '글쓰기에 대한 권유'와 많이 만나게 된다.

'3개월 만에 작가 되기'라든지, '100일 만에 책 내기'라든지.

글쓰기 과정에 등록하여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이끌어 주면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일이 단 몇 개월 만에 이루어질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하긴 작가라는 명칭은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름이고, 책이야 헌법으로 보호해 주는 '출판의 자유'가 우리에겐 있으니 내용과 상관없이 출간하면 그만인 것이겠지만.

그러나 글을 써 본 사람은 안다, 이게 누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글쓰기에 대한 광고성 글을 보다가 갑자기 아이들 키울 때 읽어 주던 그림책 <돌멩이 수프>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랜 여행으로 많이 지치고 배고픈 나그네가 산길을 가다가 인가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두드린다.

집주인인 욕심 많은 할머니는, 자신은 가난해서 나그네에게 줄 것은 하나도 없다며 문전 박대를 하려 한다. 열린 문틈으로 집안에 많이 쌓여있는 식재료를 슬쩍 본 나그네는 할머니에게 말한다.

"드실 것이 없으시다니 안됐군요! 제게 귀한 요술 돌멩이가 있는데, 솥과 불만 빌려주신다면 맛있는 돌멩이 수프를 끓여 드릴 텐데요."

"뭐라고? 돌멩이로 수프를 끓인다고? 솥과 불은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네."

나그네는 솥에 물을 가득 붓고, 주머니에서 돌멩이 하나를 소중한 듯 꺼내 솥 안에 조심스레 넣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나그네는 솥을 저으며 말한다.

"그동안 이 돌멩이로 워낙 많은 수프를 끓여서 맛이 좀 덜 할 것 같네요. 감자 한 개라도 있으면 훨씬 맛이 좋아질 텐데..."

"감자를 가져오겠네!"

감자를 넣은 솥을 계속 저으며 나그네가 또 아쉬운 듯 말한다.

"아~ 양파랑 당근이 있다면 정말 훨씬 풍미가 좋아질 텐데 안타깝네요."

"마침 양파와 당근이 있다네! 잠시만 기다리게."

양파와 당근을 넣고 나그네는 또 말한다.

"이야~ 여기에 고기까지 넣는다면 최고의 수프가 되겠지요?"

돌멩이 하나로 끓인 수프를 먹을 수 있다는 욕심에 신이 난 할머니는 기꺼이 고기를 가져온다.

"이제 거의 다 되어 가네요! 밀가루 한 줌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어쩔 수 없죠."

어느새 집안 가득 풍기는 맛있는 냄새와 따뜻한 온기에 흥분한 할머니는 밀가루를 가져다준다.

"자! 이제 돌멩이 수프가 다 되었어요! 드셔 보세요, 할머니!"

수프를 받아 든 할머니는 감탄을 하며 돌멩이 수프를 먹는다.

"돌멩이 하나로 이렇게 맛있는 수프를 끓이다니! 자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나그네는 할머니와 함께 돌멩이 수프를 배불리 먹는다!

_구전동화 'stone soup'

_각색 JINNY



글쓰기를 도와주는 과정은 아마도 나그네의 주머니 속 돌 같은 것.

내 창고의 훌륭한 식재료를 눈치챈 사람이 먼저 돌멩이를 솥에 넣어 주는 것. 그러고는 한 단계 한 단계, 나도 모르게 나의 창고 문을 열어 이것도 저것도 가지고 나오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결국 생각보다 더 맛있고 풍미 있는 글을 쓰도록 부추겨 주는 것!

그 맛있는 돌멩이 수프는 누가 끓인 것일까?

나그네일까, 할머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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