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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Oct 23. 2019

16살에 만난 첫 번째 인생 영화

영화로 배우는 삶과 지혜,  '늑대와 춤을'




영화 인생을 시작하게 된 첫 계기 , 학창 시절 영화 추억


부산 영화 중심지 남포동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였을까요? 중학교에 올라가니 월말고사가 끝나면 학교 단체로 영화 관람을 시켜 주더군요. 그전까지 극장에 가서 본 영화라고는 부모님과 같이 본 영화 2편이 전부였던 저에게 공식적으로 할리우드 신세계가 열리게 된 순간입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내내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갑갑한 학교를 벗어나 버스를 타고 남포동으로 향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신나는 한바탕 소풍길입니다. 어떤 영화를 보는지도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죠. 지금처럼 영화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한채 현장에서 영화를 보던 시절이니, 어찌 보면 스포일러 없이 영화에 집중하고 영화 본연의 맛을 스스로 느끼고 이해하기에는 더 좋은 관람환경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인생영화, 늑대와 춤을 만난 순간


그렇게 학교라고 하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적지 않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제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눈을 흔들어 놓은 첫 작품이 있었으니 그 영화가 바로 케빈 코스트너가 북 치고 장구 치며 만든 대작 '늑대와 춤을'입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이 무작정 선생님 안내에 따라 극장을 찾아가서 영화를 보던 시기여서 처음에는 영화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남포동 가는 버스에서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생생합니다.


"니 오늘 보는 영화 제목 아나?"

"뭐라드라 늑대와 춤을 춘다고 뭐 그러타던데, 니는 무슨 영화인지 아나?"

"내도 모른다, 영화 이름도 이상하재? 늑대와 춤을 어찌 춘다 그라노?"


무슨 영화인지 반신반의하면서 드디어 극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러나 불이 꺼지고 난 순간부터 영화에 대한 의심 따위는 다 사라져 버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영화 속으로 빠져 들었지요. 어찌나 영화가 강렬했는지 그 여운이 정말 길게 갔습니다.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된 이후에는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 일곱 번도 넘게 더 봤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영화 내내 고막을 때리던 존 베리 음악에 매료돼 '늑대와 춤을 OST'를 산 이후부터 영화음악 수집하는 걸 취미로 갖게 된 건 덤입니다.




'늑대와 춤을' 영화가 바꿔놓은 것들


아버지 어깨너머로 보던 TV 속 미국 서부영화는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미합중국 기마대와 인디언이 서로 싸우다가 백인이 승리하는 그런 전형적인 영화 이야기였지요. 어린 저에게 서부영화란 백인 군대 가 승리하는 건 당연했고, 백인을 죽이는 인디언은 나쁜 사람들처럼 보였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뭔가 다릅니다. 그동안 나쁜 사람인 줄 알았던 인디언 부족이 전부 다 호전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실 '그들이 원래 북미대륙 주인이었다'는 걸 알게 해 줍니다. 그동안 만들어진 선입견 속에 가려져 있던 진짜 인디언 원주민 삶을 끄집어내어 보여줍니다. 그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 사냥을 할 때 동물을 대하는 태도 하나하나가 모두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방식입니다. 그들이 하는 싸움 역시 백인들이 하는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싸움과 달리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생존투쟁 방식입니다.


이 영화는 주입식으로 받아들였던 미국 서부시대와 아메리칸 인디언 삶에 대한 시선을 극적으로 바꿔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이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 방식에 대해 호기심과 동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인디언 부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아픔에 공감했습니다. 백인들이 서부개척 시대에 벌인 행위가 불편하고 부당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늑대와 춤을' 영화에 대한 한 줄 평론을 발견하고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백인 시각이 아니라 인디언 원주민 눈으로 미국 서부시대를 그려낸 첫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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