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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ug 27. 2019

13살에 배운 자리관리 중요성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순간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던 학교생활에 변화가 생긴 건 6학년 때부터입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을 대표하는 지도위원 중 한 명으로 뽑혔습니다. 평범한 성적에 별다른 존재감 없이 학교 생활을 하루하루 때우기 급급했던 미운 오리 새끼가 갑자기 백조로 변신을 한 순간입니다.  


나중에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제가 학급 지도위원이 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치맛바람이라는 것이 있어 이너서클에 속한 학생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전교 임원과 학급 임원을 맡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우리 반에도 엄마들 모임을 주축으로 그룹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저랑 같이 지도위원을 맡았던 친구들이 바로 그 멤버들이었지요. 


초등학교 내내 모든 면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제가 우연히 학교 생활 중심부로 뛰어들어가게 된 셈이었습니다. 물에 섞인 기름처럼 어색하고 낯선 자리였지만 어찌 되었든 난생처음으로 리더 역할을 부여받으며 6학년 새 학기를 시작했던 순간입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추락의 순간


6학년은 제가 처음으로 모든 과목에서 '최우수'를 받은 학년입니다. 매달 보는 월고사에서 생애 처음으로 만점을 받으며 반 1등이란 걸 했던 때입니다. 그렇게 선생님 신뢰, 반 친구들 관심, 성적을 모두 붙잡으며 처음으로 학교 생활이 살만하다고 느낀 순간입니다. 

 

그러나 최고의 순간에 느낀 달콤함은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한번 높이 날아오르고 보니 욕심이란 게 생기기더군요. 욕심이 생기니 마음이 불안정해지면서 일종의 강박증 같은 '루틴'이 만들어졌지요. 시험에 나올 만한 과목별 핵심 단어와 문구를 종이 한 장에 작은 글씨로 빼곡히 채우며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겸 만든 페이퍼는 갖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종의 부적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일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시험 보는 날 점심을 먹고 반에 들어오니 반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잠시 후 알고 보니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있었던 '시험 준비용 페이퍼'가 교실 바닥에 떨어지면서 아이들이 그걸 보게 되었고 그게 '커닝 페이퍼'로 알려지게 되었지요.  


다른 친구들은 하지 않던 일반적이지 않은 시험 준비 방식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종이가 아니라 공책을 이용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만 했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심리적 보험용으로 갖고 있었을 종이 한장은 사실과 상관없이 저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렸습니다. 그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 친구가 저에게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나는 우리 반에서 00을 유일하게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친구가 니라고 생각해서 응원하고 좋아했는데, 오늘 일은 이게 뭐꼬? 진짜로 실망했데이.

 

  



13살에 깨달은 자기 관리 의미와 중요성



남은 학교 생활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그 날 이후로 신뢰의 눈길을 거두어들였고, 학급 임원으로 보여주어야 할 리더십 또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레임덕이란 것을 경험하면서 대충 상처를 봉합하듯 남은 학교생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졸업식이 끝나던 날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나 봅니다. 발목을 붙잡고 있던 무거운 쇠사슬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할까요? 


실제로 어떤 일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그것에 대한 사실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누군가가 말하는 대로 혹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대로 기정사실화 되어 계속 떠돌아다닐 뿐입니다. 그래서 그날 아픔을 통해 제가 배운 교훈은 '빌미를 주지 않는 삶'입니다.  


정당한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 역시 오해나 공격받을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우고 느낄 수 있었지요. 솔직히 맘먹은 대로 100% 실천하기 어려운 인생 숙제이긴 합니다. 부족한 인간인지라 몇 번의 크고 작은 실수를 겪기도 했지요. 그래도 어떤 순간이든 잊지 말아야 할 인생 지침으로 삼고 매 순간 지키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남에게 공격당할 빌미를 주지 않고, 정당한 결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굳이 일등이 아니더라도 평온하고 행복하게 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제가 배운 자기 관리에 대한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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