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활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명 Jul 24. 2019

12살에 맞은 뺨 한대 교훈

생활 속 배움, 내 안에 날뛰던 성난 호랑이를 잠재우게 된 첫 계기



옥상에서 돌 던지다 붙잡힌 아이들 뉴스, 그리고 숨기고 싶었던 과거 하나


모처럼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저녁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돌을 던지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정확하게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앵커가 전해준 아이들 행위 동기는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앵커) 아이들은 옥상에서 돌을 던지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서 서로 모여 돌을 던졌다고 합니다."


뉴스를 보고 나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바보 같던 12살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뉴스에 나온 아이들과 똑같은 짓을 저지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지우고 싶은 못난 추억이 수면 위로 떡하니 모습을 드러난 순간이었지요.


전학을 간지 두 해가 지났음에도 좀처럼 적응을 못하고 방황 아닌 방황을 하던 때였습니다.  마음은 모범생인데 학교생활은 힘들고 공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와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토요일 오후에  동네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친구 동생까지 포함해 여러 명이서 놀다가 친구네 연립주택 옥상까지 올라가게 되었지요.

높은 곳에 올라오니 뭔가 막혀있는 게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잠시 옥상을 어슬렁거리다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게 주변에 있는 조약돌을 주워 들고 냅다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아저씨가 뭐라고 고함을 치며 이곳으로 달려옵니다. 순간 큰일 났다 싶어 재빨리 고개를 숙여 몸을 숨겼지요, 그러나 이미 우리 위치를 확인한 아저씨는 옥상으로 올라와 우리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곤 엄청나게 무섭게 야단을 치면서 뺨을 후려쳤습니다. 그렇게 뺨 한대 세게 얻어맞고 벌을 서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답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부모님과 동네를 걷다 길에서 그 아저씨와 마주쳤습니다. 순간 아저씨가 저를 알아보고 부모님께 제가 저지른 일을 알릴까 봐 무서웠습니다. 분명히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지만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저를 모른 체하고 지나쳤고 그 순간부터 그 일은 저 혼자만 깊이 숨겨둔 못난 비밀이 되었습니다.







그날 맞은 뺨 한대 교훈, 내 안에 성난 호랑이 다스리는 일 입문하기


뉴스를 보고 나니 그 옛날 인생 위기를 아무 탈 없이 운 좋게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싶어 계속 돌을 던지다 큰 사달이 났을 겁니다. 재빨리 달려와 우리를 붙잡은 아저씨 덕분에 누군가가 더 큰 피해 보는 일 없이 거기서 멈출 수 있었습니다.  비록 뺨 한대 얻어맞고 벌은 섰지만 아저씨가 선처해 준 덕분에 뉴스 속 아이들처럼 경찰서까지 끌려가는 건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도 모르게 폭발하곤 했던 성질머리는 조금씩 사그라들었습니다. 더 이상 누나도 괴롭히지 않고, 애완동물을 거칠게 대하던 못된 행동도 없어졌습니다. 내 안에 가득 찬 화를 다스리지 못해 표정이 어둡고 성질을 부리긴 했지만 그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었지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제 태도에 작은 변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깊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살아가면서 늘 지켜야 할 일입니다. 기분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대책 없이 행동하는 건 아무리 어리더라도 반드시 극복하고 고쳐야 하지요. 그날 맞은 뺨 한대 덕분에 그걸 배울 수 있었지요. 비록 호되게 야단은 맞았지만 지혜롭게 철부지 아이들 잘못을 바로잡아준 아저씨가 마냥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저씨 그날 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7살 때 당한 첫 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