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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Nov 01. 2019

진한 추억이 깃든 맛, 멸치볶음

엄마가 완성한  멸치볶음 최종판, 그 맛 따라잡기




우리나라 대표 반찬, 멸치볶음에 관한 옛 추억


'멸치볶음'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저는 12년 동안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던 학창 시절 점심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맘 맞는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시락통을 열고 서로 반찬을 나눠 먹기도 하고, 때론 다른 무리 친구들 자리를 찾아가 맛있어 보이는 반찬을 얻어먹기도 하며 학교생활 무게를 덜어내던 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었지요.


그 시절 가장 흔하게 먹었던 대표 반찬 중 하나가 바로 멸치볶음입니다. 굳이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매일 먹게 되었던 학창 시절 옛 추억이 담긴 밑반찬입니다. 하지만 진작 엄마가 만들어준 멸치볶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멸치 크기, 조리법이 친구들 머릿수만큼이나 다 달랐던 친구들 멸치볶음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엄마표 멸치볶음 맛을 좋아하게 된 첫 순간


엄마는 음식 만드는 일을 즐겨하셨습니다.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을 볼 때 괜찮다 싶은 조리법이 있으면 메모를 하고 직접 만들어보고 맛을 조절하며 본인 것으로 만드는 일을 종종 하셨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멸치 볶음을 밥상 위에 올려놓으시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맛이 어떻냐고 물어보십니다. 알고 보니 그동안 엄마가 연습을 하면서 최종 완성한 멸치볶음 레시피를 선보이는 시간입니다.


사실 여태까지 수많은 멸치볶음을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는 느낌을 갖고 먹은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멸치가 너무 크거나, 멸치 냄새가 나거나, 혹은 멸치볶음이 너무 딱딱해서 손을 대지 않은 기억이 더 많지요. 밖에서 하도 맛없는 멸치볶음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이따금 엄마가 해 준 멸치볶음도 그리 즐겨 먹지 않았는데 이번 건 맛이 많이 다릅니다. 입맛이 엄격한 아버지도 맛이 딱 잡혔다면서 좋아하시더군요.


그렇게 엄마표 멸치볶음이 제 삶 속으로 들어온 첫 순간입니다. 때때로 찬 밥이 좀 많이 남았을 때는 멸치볶음을 이용해 간단한  주먹밥이나 김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새롭게 엄마표 멸치볶음을 즐겨 먹었습니다. 엄마와 같이 장을 보러 갈 때 어느 크기 멸치가 적당한지 어깨너머로 장보기를 배우던 추억도 그때 만들어졌지요.





엄마표 멸치볶음 맛 따라잡기


엄마 음식 공책에 멸치볶음 만드는 법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우왕좌왕할 필요 없이 엄마가 적어놓은 순서를 지키기만 하면 됩니다. 먼저 잔멸치를 올리브유와 청주로 잔멸을 팬에 볶으면서 멸치 비린내를 잡아줍니다. 그리고 참기름, 물엿, 설탕, 간장을 넣고 멸치를 다시 볶다가 다 완성되면 불을 끕니다. 그리고 엄마 비법인 고추장 1스푼을 넣고 멸치볶음을 마무리합니다.


다른 반찬은 가끔 실패할 경우도 많지만 멸치볶음은 엄마 맛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성공한 첫 반찬입니다. 엄마 음식 공책에 넣어야 할 양념 용량도 다 정해져 있기에 만들어진 멸치볶음 맛은 한결같이 똑같습니다. 다 만든 다음 자연스럽게 아버지께 시식을 권하면서 "엄마 손맛 맞지요?"라고 물어보면 아버지는 맛있게 드시는 걸로 답을 해 주십니다.


엄마가 생을 살며 당신 낙으로 삼았던 5가지가 있습니다. "명상", "식물 돌보기", "음식 연구",  "사상의학 공부", 그리고 "가족 돌보기"입니다. 특히 음식을 만들 때는 눈대중과 손맛이 아니라 당신 손맛을 계량화하고 기록으로 남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셨지요.  엄마가 없더라도 맛있게 잘 챙겨 먹으라는 당시 엄마 마음을 엄마표 멸치볶음을 따라 하면서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멸치가 너무 크면 비린맛이 강해서 멸치 볶음이 맛이 없으니까 적당한 잔멸로 만들어라. 참, 청주로 먼저 멸치를 볶아주니까 잡내가 없어지더라. 너무 센 불로 오래 볶으면 멸치가 딱딱해지니까 약불로 적당하게 볶고. 그러면 언제나 이 맛 그대로 먹을 수 있을 거야. 알겠지?


엄마표 멸치볶음 손맛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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