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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명 Sep 22. 2019

천안 남산공원

장항선 타고 기차여행, 천안역




장항선 기차여행 여섯 번째 이야기, 천안역



수도권을 벗어난 장항선 열차는 진짜 장항선 노선이 펼쳐지는 천안역에 도착합니다. 천안은 충청남도 제1 도시이자 예로부터 교통 요지로 발달해 온 도시입니다.  고속철도로 철도노선을 개편한 이후 새로 만든 천안아산역 위세에 눌린 감이 없지 않지만, 천안역은 많은 이들이 경부선, 장항선, 호남선, 전라선 기차를 타고 드나드는 유서 깊은 기차여행 거점입니다.


천안역 광장으로 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천안시청에서 안내하는 다양한 여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와 독립기념관을 만나러 가는 여행은 천안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역사여행 주제입니다. 아울러 도시숲, 재래시장, 미나리 벽화마을을  연결하는 천안 원도심 여행은 천안역에서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여행 주제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천안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주요 산을 만나는 일정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천안 명물 호두과자를 탄생시킨 호두나무 유래지 광덕산 호두나무 숲 기행은 색다른 별미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생태여행 주제입니다.


천안여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조사를 하던 중에 천안에도 남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안역에서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 원도심 여행지 중 하나인 남산은 일제 강점기 당시 서울 남산이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와 비슷한 이야기를 갖고 있더군요. 천안 원도심 한 복판에 자리 잡고 들어앉아 천안 원도심 흥망성쇠를 묵묵히 지켜왔던 천안 남산 이야기를 직접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진짜 장항선이 시작하는 천안역 풍경





도심 속 자연산책로, 천안 남산공원


천안역을 출발해 중앙 전통시장을 지나다 보면 시장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51m 높이를 가진 야트막한 산이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예로부터 천안지역을 다스리던 최고 관리자가 매년 풍년을 기원하는 사직제까지 올렸던 역사 깊은 곳입니다. 그래서 천안 남산공원이 있는 이 곳 동네를 사직동으로 부르고 있지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근기를 훼손하기 위해 조선 왕실 제사를 지냈던 서울 남산에 신사를 만들고 신사 참배를 강요했다는 사실 잘 아시죠? 천안 남산도 같은 운명의 길을 걸은 곳입니다. 일본인들은 천안 남산 사직단을 없애고 그 자리에 일본 신사를 짓고 신사 참배를 했답니다.  이러한 역사에 분개한 천안 시민은 1945년 해방을 맞이하자마자 가장 먼저 신사를 없애 버렸답니다. 그리고 1963년이 되는 해에는 신사터에 용주정이라는 전통정자를 세웠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신사참배장으로 활용되던 곳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길 역시 서울 남산 공원과 정말 비슷합니다. 천안 남산공원 계단길은 높이와 계단수만 다를 뿐 드라마 삼순이 계단으로 유명한 서울 남산 계단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천천히 계단길을 올라가면 용주정을 비롯한 남산 공원 전경이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아담한 공원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천안 남산공원


정상부에서 만나는 천안 남공원은 말 그대로 작은 공원입니다. 이곳 대표 건축물인 용주정을 비롯해 천안 역사를 담고 있는 여러 조형물을 만나며 길을 걷습니다. 주변 풍경을 즐기며 공원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새로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남산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남산 숲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북적북적한 도심 한 복판에 서 있었는데 이곳을 거니는 동안에는 간간히 차 소리만 들린 뿐 자연 품 안으로 폭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은 야생동식물이 생을 이어가는 소중한 도심 속 초록공간이기도 합니다. 자세를 낮추고 바라본 발 밑에는 계절 따라 피는 작은 풀꽃 친구가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줍니다. 이곳 숲을 삶터로 삼고 살아가는 여러 조류 친구 역시 남산 산책길이 주는 작은 힐링 선물입니다.


남산 둘레길 산책로, 그리고 야생동식물 친구들






천안 남산공원을 떠나며


천안 남산공원은 다른 천안 여행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천안 원도심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의미 있는 곳입니다. 천안 시청 이전 이후 쇠퇴한 이곳 일대를 다시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 노력이 이어지면서 남산공원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다시 회복하고 강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도심 한 복판에서 자연과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삶터를 제공하는 이곳 가치와 역할을 발견한 하루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천안에 볼일이 있어 갈 때면 가볍게 들릴 수 있는 친한 공간이 생겨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앞으로 긴 시간을 두고 계절 따라 변하는 천안 남산공원 모습을 계속 들여다볼까 합니다.


용주정에 자리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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