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as long as the world turns
작년 추석 연휴에 교토에 갔을 때, 친구 갤러리 소속 작가인 유키마사 이다의 개인전이 교토시립미술관에 열린다고 하여 아주 감사하게(!) VIP 오프닝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유키마사 이다는 아직 국내에서 엄청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닌 것 같은데, 현재 꽤 잘 나가는 1990년생의 젊은 일본 작가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유사쿠 매자와라는 일본의 유명한 사업가가 몇 년 전 Space X를 타고 달로 비행을 시도했을 때이다 작가의 작품을 그 비행에 같이(!) 가지고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다 작가가 X (구 트위터)에 본인 작품이 세계 최초로 가장 높은 곳에 전시되었다며 감사의 메시지를 올렸다.) 재작년 서울 프리즈에서는 이다 작가의 작품들이 완판 아니면 아마 한점? 정도 빼고 모두 판매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는 영국의 유명한 큐레이터인 Jerome Sans라는 분으로, 각 전시실마다 그 작품들에 맞추어 분위기와 테마가 확확 변하는,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전시를 구현하셨는데 정말 각 방마다 다른 전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신선했다. 전시 부제인 판타 레이(Panta Rhei)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로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 전시 의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전 시대의 미술작품, 작가들에서 받은 영감으로 그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의 방대하고 "유기적인" 세계관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 같았다.
워낙 개인적으로 "강렬한"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다 작가의 작품들도 내 눈길을 확 끄는 것이 있다. 난 일단 작품을 볼 때 본능적으로 내 시선을 끌면 좋아한다. (물론 이런 작품들을 딱히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내 친구에게 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니 단번에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하더라.) 형체가 뭉그러진 인물의 형상들과 붉은색을 비롯한 강렬한 색채들을 사용한 과감한 붓터치로, 프랜시스 베이컨 등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가가 좀 재미있는 게, 종종 뜬금없이 인스타 라이브를 켜서 뭔가 엄청 혼자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일본어를 1도 모르기 때문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약간의 관종끼(?), 좋게 말해 쇼맨십이 있는 것 같다. VIP 오프닝 때도 뒤에 사진작가들을 이끌고 어슬렁어슬렁 당당하게 걸어 다니면서 지인들과 인사하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기에 취한 좀 허세(?) 있는 귀여운 청년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의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보면(심지어 회화만 하는 게 아니라 조각도 한다), 그 와중에 대체 언제 이 많은 작업을 다 했을까 의아하고 대단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론으로, 극 대문자 I성향의 사람으로서 이렇게 쇼맨십이 사람들이 가끔 좀 부럽다. 정당한 근거가 있는 나댐은 오히려 개인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니.
그나저나 이 VIP 파티의 한국인이 내 친구와 나 포함 딱 3명이었고 모두 일본인과 외국인들이었는데... 몇몇 일본인들의 패션에 깜짝 놀랐다. 이것이 진정 하이패션인지... 한국에서도 요즘 옷 잘 입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뭔가 비슷비슷하게 유행에 맞춰 잘 입는다라는 느낌이 강한 반면, 일본은 정말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하게 입는 느낌이 강하더라. 절대 무턱대고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패션... (우물 안 개구리라고 느껴진 날이었다.)
작품이 너무 많아 각 전시실 전경 위주로 사진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