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그걸 달성하기 위해 스펙을 쌓았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실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저조차도) 그런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내가 생각지도 못 했던 직업이 얼마든지 새로 생겨나게 되고 기존에 있었던 직업군이 사라지기도 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온라인 시장이 이렇게 큰 시장이 될 줄 몰랐고, 공부만 할 때는 내가 어떤 현업을 잘할 수 있을지도 몰랐어요.
해 보지 않고는 내 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만족감이 높은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만을 위한 스펙을 쌓는 건 좀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러면 내가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좁아질 테니까요. (또 경력직도 이직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건 내가 쌓은 스펙과 함께 네트워크도 있어요. 내가 가진 경험과 스킬이 사실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요,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같이 협업하면서 폭을 넓히고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또 내가 다양한 것들을 뚫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밑바탕에는 잘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특정한 활동들에 끌리는 이유가 뭔가 있거든요. 다양한 활동들이다 달라 보여도, 사실 그렇게 활동하도록 나를 이끄는 동기는, 아마 하나일 걸요? 예를 들어서, 미셸 씨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다니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연결을 해주고 싶다 그런 동기가 있었을 수 있잖아요? 그럼 밑바탕의 그 동기를 찾아서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찾아나가 보는 거죠.
사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나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어, 4학년 졸업반일 때 선배들 많이 찾아가고, 조언 많이 구하러 다니는데, 사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 막연하게라도 있는데 그걸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고 검증해보고 싶은 거라고 봐요. 말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모호하게라도 어딘가 끌리는 데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다양한 경험들은 막연했던 무엇인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해 보지 않고는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힘들어요.
누구한테나 더 많은 경험을 하라고 추천을 해요. 다른 누구한테 듣고 이런 것도 좋지만, 항상 체험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또 경험해보기 전에는 좋았지만, 경험을 해보고 난 후에는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럼 항상 그걸 반영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경험을 많이 했다고 좋지는 않아요. 대신 좋고 나빴던 것으로 자신을 계발하는 데 응용할 수 있는 그런 것들로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친구들이 네트워킹을 좀 더 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자기 주변 사람들을 가려 사귀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 혹은 전혀 다른데 뭔가 끌리는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배우고, 사람 사는 얘기, 내가 궁금한 얘기, 내가 고민하는 얘기, 이런 걸 자꾸 나누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 이야기하는 것도, 저는 좋아해요. 그렇지만 내 커리어를 찾는 거에만 대해서도 네트워킹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점점 진로나 꿈에 가까이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자꾸 혼자 공부를 하려고 해요. 그러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은 안 변하고, 뭔가에 부딪혀서 자기 세계 밖으로 깨져 나오는 경험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나중에 이 길이 아니다 싶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자꾸 자기를 드러내 놓고, 물렁물렁하게 가보는 게 되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준비보다도 현장’이라고 오히려 말해주고 싶어요.
반대로 ‘공부’만 하는 것은 말리고 싶어요. 학점만 따기 위해서 도서관에만 있는 것. 저도 좀 해봤잖아요? 시험 준비한다고 만사 제쳐두고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 저는 말려요. 정말 말려요. 고시하는 친구들도 말려요. 시간 자체를 시한폭탄처럼 정해두고, 안 되면 접으라고 해요. 인생은 ‘accidental’이라고 했잖아요. 자꾸 한쪽으로만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대학원도 마찬가지고요. 한 번 내 길이 아니면 아닌 거예요. 10년을 해도 아니에요. 여러 가지 옵션을 들고는 있어야 하죠. 그렇다고 최선을 다 하지 말라는 건 아니거든요. 최선을 다 하되, 하늘의 뜻을 들어라. 시험의 당락은 하늘의 뜻이에요. 공부를 많이 하고, 안 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운 좋은 사람은 못 당해내니까요.
스펙 따라서, 사람들 따라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은행에서도 일하는 시행착오를 겪어본 결과,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인턴 경험, 여행 경험, 봉사활동 경험, 워킹홀리데이 경험 등등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것을 보고. 우물 안에서 경쟁하느라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우물 밖으로 한 발짝만 물러서서 더 많은 걸 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결국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싶은지, 어떤 일이 적성에 맞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라요.
혼자 동유럽 배낭여행 중에 보스니아 게스트 하우스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알고 보니 고스펙자더라고요. 하버드를 졸업 후 뉴욕 구글에서 일을 했던 친구인데, 스스로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고 한 발짝 물러나서 다른 걸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행 중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장난스레 너 돌아가면 이력서에 빈 공간 남을 텐데 걱정 없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여행 다니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맘의 여유도 더 생겼다고. 이런 변화를 좋게 봐주지 않는 회사에선 본인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당당한 모습에 놀랐어요. 스스로 능력을 키운 후에 최고의 회사를 들어가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가장 맞는 곳을 찾아가는 게 나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본인 실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으니 가능한 것 같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이런 예를 들어보면 어때요? 이 친구는 엔터테인먼트사에 일하고 싶은 생각에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케이스예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 후 본인이 가진 GRE로 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원을 택했어요. 미국 동부에 있는 대학원이요. 아무래도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를 가야지 나중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쉬워질 거라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처음부터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 순간 엔터테인먼트사가 많은 LA 쪽에서 공부를 했어야 해요. 그래야 네트워크 만들기도 좋고. 근처 여러 엔터테인먼트사 직원들 보면 UCLA, USC 이쪽 졸업생이 가장 많아요. 고로 다수 스펙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