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문학 학과장이셨던 러셀 버만이라는 교수님을 대학원에서 제일 처음 만났는데, 아주 엄격하게 생기셨어요. 말씀하시면 너무 꼿꼿해서 주변에 광채 같은 아우라가 있으셨어요. 바보 같은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이 생기신, 그런 대단한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셨어요.
저도 처음에 수업을 듣는데, 한국에서 학부를 나왔으니 세미나 형식에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이 분이 또 이론도 어려운 쪽을 하셔서 가뜩이나 겁먹고 있었는데, 교실에 들어가니까 애들이 너무 똑똑한 말을 다 하더라고요. 저는 공부도 열심히 안 했어서 이론도 다 모르는데.. 그랬는데 물어보는 자세가 엄청 중요한 게요, 저는 잘 모르니까, 상황을 재지 않고, 바보 같은 질문이라도 모르면 모른다고 막 물어보고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교수님께서 워낙에 학계에서 높은 분이시니까 다른 학생들도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할 걸 겁먹어서 못 했던 거예요.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라 오피스 아워 때 찾아가서, 남들은 ‘이런 질문을 하면 바보 같다고 생각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안 물어보는 걸 물어봤던 것 같아요. 세상 어디에서나 똑같은 게 내가 모르는 건 남들도 잘 모를 수 있어요. 안 물어보는 사람이 그냥 손해인 거예요. 저는 뭘 잘 몰라서, 오리 새끼처럼 쫓아다니며 질문을 하다 보니까, 지도를 많이 해주셔서 지도도 많이 받고(그랬죠).
그 외에 굼베르히트 교수님이라고 계셨는데, 이 분도 처음에 아주 무서웠죠. 매혹과 열광이라고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는 스포츠 철학책을 쓰신 분이에요, 이 분은 대륙 철학을 하시는데 미국 하이데거 철학의 최고 권위자셨어요. 그런데 가서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다 보니까 친해지고, 지도도 많이 받게 되고, 같이 프로젝트도 하게 되고, 제가 책 쓰는데 도움도 주시고 주시고 했네요. 그런 식으로 기회가 자꾸 오는 거니까. 누구든지 두려워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남이 나를 바보로 보건 말건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결국 노력해서 아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게 두려워서 안 물어보면 더 바보인 거예요. 뭐 창피할 것 없이 세상에 나가서 부딪혀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쫄아 있으면 뭐 해요. 또 그렇게 부딪혀서 깨져보면 어때요. 그걸로 끝이 아니면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