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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전시기획자 Jul 03. 2020

마음의 파도 [1]

20.07.03

아들에게 띄우는 편지

오랫만에 친구의 권유에 용기를 얻어 글을 쓴다.

스마트폰과 일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뭐 하나를 하면 깊숙하게 빠져드는 성향은 온전히 너에게 유전되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사춘기 중학생이 되어 관심가는 가수나 음악이 생기면 같은 노래를 첫번이상 들으면서 재생횟수로 그 가수, 그 노래로 팬중에 천번째로 많이 들었다고 수치를 보여주며 매일매일 은근히 자랑스레 말을 걸던 너를 보면서 그 안에는 지독하게 내가 들어있음을 느낀다.


엄마의 독서습관도 그랬다. 한 작가가 맘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쭈욱 읽고 연계 독서를 즐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그를, 작품을 이해할 만해야 그 곳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니가 그랬고 내가 그렇구나.

그 몰입감이 너무 멋지다고 너를 보며 생각했었다. 항상 어린시절에도 그러한 탐구심과 집중력이 너를 온전히 그 세계에 일정 시간 풍덩 빠뜨려 놓아야 빠져나온다는 것을 네가 엄마는 레고를 좋아하던 그 시절에 문득 깨달았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1~2살엔 같은 그림책을 수십번 읽어 달라고 엉금엉금 기어가서 그 책을 무한반복했었고, 3-5살쯤엔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모든 자동차를 형태로만 알아맞추고, 그림도 곧잘 따라 그려서 스케치북 20여권과 집안의 A4지엔 온통 자동차 그림들이었다. 자동차 책 중에 글밥도 많은 그 책을 퇴근하고 온 엄마에게 무한히 읽어달라고 해서 힘들었던 엄마는 그 책을 어느 순간 저 높은 책장 위에 숨겨 버리고 말았다.. 책을 찾는 너에게 멀리 여행을 갔다고 해버리고 말았다.. 5살이었나보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그림 그리기를 하는데 “프로펠러가 달린 물속에서 다니는 수륙양용차 그림을 그렸다고 이런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책에서 봤다고 하던데, 5살짜리가 그걸 어찌 알고 그리냐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에피소드로 얘기해 주셨었다. 자동차 책의 위력이었나?


그 이후에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공룡에 관심을 보여서 공룡이름대기, 공룡도감을 무한히 사댔었다.

나도 왠만한 공룡은 다 외울 정도였고, 어느 시대 어떤 공룡이 살았는지 ㅎㅎ 지금은 기억도 안난다.

공룡의 시기를 넘어 우리에겐 레고라는 무한의 “돈먹는 하마”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레고에는 정복이란게 있을 수 없었다.. 모바일, 스마트폰이란 걸 접하기 전까지 말이다. 레고만 정리했을 때 집에 큰 이사박스에 5박스는 나왔었다. 일부는 친구집으로 박스채 보냈는데 친구 아들이 활용은 했을려나 모르겠다. 아이마다 성향이 너무도 다르다는 걸 이제 난 안다.

그렇게 레고의 시대까지를 마감하고 이제는 더 넓은 세상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란 세상, 그리고 유튜브, 게임, 멜론의 세상으로 가 버렸다... 홀연히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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