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

바쁠 것도 없고 시간도 많아서 모든 게 다 불편 한가 보다.

모든 게 다 불편하고 싫다.

같이 일하는 사람도 맘에 안 들고 그 사람 행동 하나하나 맘에 안 들어서 기분이 진창 되고 가라앉고,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싫고

운전을 난폭하게 하는 사람들이 싫고

예의 없고 배려 없으면서 이간질하는 사람이 싫고

곰의 탈을 쓴 여우가 싫고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멍청이들이 싫고

안하무인 제멋대로인 사람이 싫다.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그런 순간들이 싫다.

심지어 나 또한 그런 인간이면서 모든 게 싫은 그런 내가 싫다.

그런 순간이 될 때면 나 혼자 헛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쉽사리 무리에 끼지 못 할 때

구차하게 변명을 하게 될 때

변명같이 주저리주저리 말만 길어질 때

하나를 줬다고 내 모든걸 내보일 때

센 척 하지만 제일 이상해 보일 때, 미련할 때

고집불통의 내가 버거워질 때가 있다.

이런 내가 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이런 불만과 불안과 힘듦, 외로움을 떠 안겨버리고 싶기도 하고 복수의 칼날을 겨누듯 악담과 불행을 바라기도 한다.

이렇게 뻗대면서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티 없이 맑은 웃음과 아무 걱정 없는 미래와 따뜻함 마음만 가득 찰 수 있는 여유. 든든하고 단단한 가족과 그 울타리에서의 안락함. 남 부러울 것 없는 환경.

사실 간단하리만치 소소하고 작은 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어느 날 문득 선물 같이 찾아오는 시간들. 고생 일정 속에서

고된 일정 속에서의 휴식.

땀 흘린 순간의 시원한 바람.

서로 웃으면서 격려하는 순간.

계획된 일을 완벽하게 마쳤을 때의 뿌듯함.

주도하여 한 결과물이(내 능력과 공) 인정받을 때.

하지만, 그런 소소한 행복들은 너무도 짧고 너무나 빨리 잊혀진다.

불행한 시간들에 너무도 쉽게 잡아먹힌다.

현재 나는 엄마와의 관계도 불편하고

동생과도 편하지 않고

친한 친구와는 손절 하고

좋은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많은 기회를 놓치고

그냥 혼자가 되었다.

그 모든 걸 내가 직접 했다. 내가 다 놓쳤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미련 없이 돌아선 건 나니까. 후회도 말아야겠지.

자격지심 가득한 고집불통에 나에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인가 봐.

나도 내가 통제가 안 돼.

이 일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런 나라서 미안해.

2023-05-25(Thu)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