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는 초밥이 아름답다
초밥을 좋아하는데 초밥다운 초밥을 처음 먹은 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도 처음 먹은 초밥은 어머니가 만드신 유부초밥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김밥을 지참해야 할 행사가 있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김밥 대신 유부초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재료 준비도 제작 공정도 간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어찌되었든 새콤달콤하면서 약간 짭짤하기도 하고 유부의 질감이 살짝 쫄깃하기도 한 유부초밥의 탱글한 맛은 어린이 입맛에도 다채롭고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당시 유부초밥은 보기 드문 것이라 도시락 교환 시장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그리하여 김밥과는 작별하고 유부초밥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셈이지만…… 이후 도시락 싸들고 나가는 행사가 끊기면서 유부초밥과도 인연이 거의 끝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의 초밥 섭취를 담당하게 된 것은 코스트코가 되고 말았다. 외식 따위 거의 모르고 사는게 가풍인데 코스트코에서 초밥 세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파니 이걸 사다 먹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탓이다. 코스트코 초밥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마구 찍혀나왔을 것 같지만, 그럭저럭 준수한 편이고 다양한 초밥을 한번에 맛볼 수 있어서 앞에 깔아놓고 먹기 시작하면 제법 마음이 들뜨는 음식이다. 요즘도 종종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러나 초밥을 진심으로 반기는 것은 형과 나뿐이고 부모님은 싸늘한 밥에 회를 올려 먹는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어느샌가 초밥은 가족들이 찾지 않는 음식이 되고 말았다.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질 때면 그냥 치킨을 먹는 게 당연한 식문화가 된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치킨이란 정말이지 한국 식문화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아서 다른 음식으로 맞설 방도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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