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먹겠다고 이사를 할 순 없지

-맛있는 짜장면을 내맘대로 먹기란 이다지도 어려운가

by 이건해



짜장면을 먹은지가 대단히 오래되었다. 일행이 시킨 것을 조금 얻어 먹은 것을 제외하고 내가 직접 시켜 먹은 것이 마지막이 언제인가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바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랍다. 분명 짜장면을 좋아하는데, 내 마음속 사먹는 음식의 목록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짜장면을 어떻게 먹어왔는가? 대체로 얻어먹었다.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으로 내 기억에 남은 짜장면은 63빌딩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이었다. 당시에 다니던 유아원에서 소풍으로 한국 최고층 건물인 63빌딩에 가서 구경한 뒤에 먹은 점심이 그곳 레스토랑의 짜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먹은 짜장면의 맛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은 아무리 기다려도 짜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지독하리만치 배가 고팠고, 선생님들이 식당에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세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으니 아마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렸으리라 추정한다.


대체 63빌딩 씩이나 되는 명소에 입점한 식당이 왜 그렇게까지 음식을 늦게 내주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음식 맛도 모르고 항의도 못하는 애들을 챙겨줄 이유가 없었던 것인지, 재료 수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식당에서 수행하다 쫓겨나 원한을 품은 직원이 세운 라이벌 식당의 농간으로 주방을 못쓰게 된 것인지, 상상밖에 할 수 없다. 아무튼 간신히 기나긴 시간을 보내고 먹은 짜장면은 별로 맛도 없고 떡져 있었다는 인상만 남아있다.


이후로 짜장면을 먹은 것은 다름아닌 졸업식 이후였다. 아마도 초등학교 졸업날이었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졸업을 했으면 짜장면을 먹는게 당연하다는 관습이 희미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인데, 이때도 집 근처에서 먹은 짜장면 맛이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에 집 근처에서 짜장면을 이따금 먹었더라면 괜찮은 집에 갔으련만, 우리 가족은 집에 앉아서 배달 음식 먹기를 불합리한 이국의 습속으로 여기는 터라 맛집 같은 것도 몰랐던 탓이다. 그러고보면 짜장면이란 뜻밖에도 가게에 따라 수준이 제법 다른 음식인 듯하다. 중국요리의 기본 중 기본으로 여겨지지만 아무렇게나 막 만들어도 맛이 나는 음식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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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일본어번역가.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수상. 브런치 출판프로젝트 특별상 수상. 2024년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공모전 단편 우수상 수상. 협업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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