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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Feb 11. 2024

『서울의 워커홀릭들』

홍정미 외 11명, 『서울의 워커홀릭들』(읻다, 2024)

마음이 일을 사랑해서

홍정미 외 11명, 『서울의 워커홀릭들』(읻다, 2024)


원하는 일을 다양한 사람과 함께 많이 벌고 싶은

'서울의 워커홀릭들'의 다채로운 이야기

읻다 출판사에서 열두 명의 워커홀릭들의 문답을 담은 『서울의 워커홀릭들』이 출간되었다. 현재 서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도 하며,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존의 에세이, 자기계발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지 디자인을 사용하여 한 페이지에 일, 사람, 돈이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를 모두 담아 냈다. 어쩌면 형식상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기에 보기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도전적인 디자인은 '서울의 워커홀릭들'이 살아가는 방식처럼 전혀 새로운 삶으로 뻗어 나간다는 취지 하에 이뤄진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새로운 디자인처럼 이 책은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워커홀릭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과감하게 드러낸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독자 중 몇 명은 일, 사람, 돈의 밸런스를 찾아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 읻다의 『서울의 워커홀릭들』은 그것을 의도하는 듯하다.

올해 취업을 한 나는 정말로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지냈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현실의 업계에 진입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는 듯하다. 한 달 하고도 11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고 궁금한 것이 많다. 가끔은 '이건 왜 이렇게 할까', '조금 더 다른 곳처럼 재밌고 독특하게 할 순 없을까'와 같은 질문이 생기면 윗선에 여쭤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시고 내가 더 배워야 할 지점들을 스스로 고려하게 된다. 아직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이 좋고 두렵다. 이 일을, 이 업계를 내가 더 사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벌써 이런 고민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닌지 스스로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이 업계에서 더 큰일을 벌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큰돈을 벌려면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런 고민들을 해야 개인적인 발전을 더 해서 미래의 내가 기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쉽지 않다.

『서울의 워커홀릭들』은 내가 가진 고민들을 포함해서 더 미래의 고민을 가진 열두 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돌아 보며 앞으로를 고민하는 치열한 흔적이 담긴 책이다. 무조건 돈이나 명예를 보고 일에 뛰어든 것이 아닌, 나처럼 무언가를 좋아해서,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일에 빠져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하고 과감하며 침착하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여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프리랜서나 인플루언서로 자신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든 이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많이 사랑하는 듯하다.『서울의 워커홀릭들』을 통해서 우리가 그들의 삶을 잠시 엿보는 것을 통해서 우리의 삶과 직업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앞서 언급했듯『서울의 워커홀릭들』은 내지 디자인이 독특하다. 한 페이지 안에 일, 사람, 돈에 관한 모든 에세이가 담겨 있는데 한 페이지를 가로로 삼 등분하여 세 개의 카테고리를 모두 담아낸다. 나는 최근 유행하는 병렬 독서에 취약한 사람이라 독서 또한 직렬로 하는데, 이번 책 또한 나는 한 사람의 일에 관한 에세이를 다 읽고 사람을 보았다가 돈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나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서 먼저 읽은 것도 있으니, 이 서평을 읽는 사람들은 개인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읽으면 되겠다.

열두 명의 사람을 모두 담을 수 없어서 나는 광화문에서 '녁'이라는 레스토랑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묵씨의 에세이를 주목하려 한다. 박정묵 씨는 방금 언급했던 '녘'을 을지로에서부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의 빛나는 꿈으로 가득한 기념 책자에 장래희망을 '평범한 회사원'으로 적었던 그가 어떻게 레스토랑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었을까. '일' 카테고리의 제목 '삼천포에 빠지셨습니까?'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자신의 삶을 삼천포에 빠진 듯 다양한 길을 만들어 나갔다. "컴퓨터공학에서 광고홍보학과로, 회사원에서 브랜드의 대표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다 보니 스스로 메타 인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된 듯해 보였다. 아무도 가지 않는 을지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어떻게 보면 삼천포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취향을 통해 미래를 그려보면서 을지로에 있을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냈기에 그곳에서 성공해서 지금의 '녁'이 될 수 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가 사람을 상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한배에 탔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는 '우리는 한배를 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사람' 카테고리의 제목이기도 한 그의 생각은 사람과의 관계를 버스에 비유한다. 한 버스에 탔지만 언제든지 멈출 수 있고, 회차를 돌고 돌아도 내릴 위치가 아니면 계속해서 타고 있을 수 있다는, 건강한 인간론을 가졌기에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인다는 말을 하는데, 그의 태도에 이 문구는 안성맞춤인 듯하다. 돈을 대하는 태도도 김화영 작가의 말을 빌려 물이 아닌 갈증을 원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관해 말한다. 짧지만 그의 이야기는 어딘가 많은 매력이 숨어 있었다.

점점 N잡 시대가 되어가고 누구는 직업이 아닌 업의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그 말인즉슨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은 돈을 벌게 되어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편승하는 만큼의 돈만 손에 쥐고, 그만큼의 기쁨만을 만지며 살아갈 테니까. 그래서『서울의 워커홀릭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빛이나 보였고 그만큼 힘들어 보였다. 다만 그들은 즐기는 듯하다. 자신의 괴로움을 오히려 원하는 것처럼 일에 달려드는 모습이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조만간 나도 내 직무에서 벗어난 다른 큰일을 맡을 듯한데, 이들처럼 새로운 것에 마구 도전하는 기쁨에 달려들어도 좋겠다. 가치 있게, 새롭게, 다르게 살아가는 것은 나의 움직임에 달렸으니까.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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