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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Feb 12. 2021

상처를 공유하다

영화 <세 자매>, 그리고 배우 김선영의 잊히지 않는 연기


세 자매는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기억은 어린 시절의 고통과 상처다. 이를 각자 마음속에 품은 채로 살아간다. 큰 언니는 꽃집 사장님, 둘째는 교회 집사로, 셋째는 작가 지망생이자 아들 있는 이혼남의 아내로 살아간다. 다들 사연이 있다. 



꽃집 사장님은 철없는 딸을 키우며 전기세를 겨우 낼 수 있는 가난한 처지다. 게다가 암 선고까지 받았다. 나중에는 이단교에 발을 들어선다. 교회 집사는 교회 지휘 자이도 하며 생활이 부유해서 행복해 보이지만, 남편은 교회 성가대의 한 여자와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한 후 그녀의 삶은 지옥이 돼버린다. 셋째는 매일 술과 과자를 먹으며 아들의 못마땅한 눈초리와 무시를 받고 산다. 그에게는 새엄마가 '미친놈'일 뿐이다. 


이들은 마지막에 아버지 생신 때 다 같이 모이는데, 여기서 오랫동안 묵혀놨던 감정이 분출한다. 어렸을 때 그들이 겪은 아버지의 학대와 고통, 이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잊히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러도. 우리가 받은 상처는 마치 얼룩진 유리창처럼 박박 닦아 내지 않으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세 자매는 힘든 유년 시절을 같이 보냈고 그 여파로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서로 만나는 것만 해도 알게 모르게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다. 자신의 고통을 서로 알아주기 때문이다. 



(스포 주의)


마지막 장면, 꽃집 사장님 역을 한 배우 김선영의 연기는 잊히지 않는다. 다들 그녀가 암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자, 그녀는 당황하면서 태연한 척한다. 눈물을 억누르면서 얼른 밥 먹자고 서둘리 밥을 입에 쑤셔 넣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에도 인내하고 견디던 그녀의 삶의 무게가 없어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아닌 척, 괜찮은척한다. 배우 김선영은 영화를 찍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그 배역의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살아온 사람인 마냥 명연기를 펼쳤다. 기가 막히게 인상 깊어, 난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을 정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또 느낀 게...

'와 이래서 내가 영화를 보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가슴 아픈 영화이지만, 이를 통해 나 자신, 나의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며 공감하게 되면서 희열을 느꼈다. 


가족관계란 상처로 점철된 관계다. 원래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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