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
인공지능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이 영화의 설정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우리는 이 영화에 크게 마음이 흔들릴까.
우리는 어른이기에 아픔도 마음껏 표현할 수도 없다. 가끔 죽도록 술먹고 싶어도 진짜 그러다가는 한심한 눈초리를 얻는다. 분노에 휩싸여서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면 결국 내 핸드폰만 망가지고 그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지나친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우리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마음 깊이 꾹꾹 눌러놓고 잊고 산다. 그러다 이 영화를 통해 이 감정이 서서히 수면위위로 고개를 내민다. 알고보면 외로움과 쓸쓸함은 정말 따뜻한 감정들이다. 외로움 덕분에 사랑하고, 쓸쓸함 덕분에 살아간다. "너만 외롭냐 이 세상 안 외로운 사람은 없다"라는 흔하고 흔한 말들은 이렇게 바꿔서 말하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외로우니 덕분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따뜻하고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용서.
외롭고 쓸쓸함이라는 따뜻한 감정들을 비난한 나 자신에게 용서를 청해보자.
외롭기 싫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 덕분에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쓸쓸하기 싫어서 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쓸쓸함 덕분에 나만의 시간을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떠오른다면, 그들을 용서해보자.
그들 덕분에 나는 살아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테오도르가 전 부인에게 이혼을 하고나서 쓴 편지.
Dear Catherine,
I’ve been sitting here thinking about all the things I wanted to apologize to you for. All the pain we caused each other. Everything I put on you. Everything I needed you to be or needed you to say. I’m sorry for that. I’ll always love you ’cause we grew up together and you helped make me who I am. I just wanted you to know there will be a piece of you in me always, and I’m grateful for that. Whatever someone you become, and wherever you are in the world, I’m sending you love. You’re my friend to the end.
Love, Theod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