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뱅지니 Feb 05. 2016

유리창에 비친 얼굴

가장 극명한 현실 그러나 외면하고 싶은



가끔씩

고속버스나 기차 창에 비친

나를 만날 때면

당황스럽다.


우선은 거기에 비친 내가 늘 내가 상상하는 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창에 비친 나를 만나는 순간이 대부분 특정한 일정을 끝내고 난 뒤라 바알갛게 충혈된 눈을 만나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때 만나는 내 얼굴만 보고는 내가 몇 살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래와 관련해서도 깊은 생각을 끝까지 전개시키는 데 취약한 내가 나이에 맞는 얼굴에 대해 깊이 생각해두지 못했던 결과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러겹으로 이루어진 고속버스나 기차 유리 탓에 내 얼굴의 윤곽선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개 때론 세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내 얼굴은 마치 그래픽같이 느껴져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이 난다. 가장 위대한 현실은 늘 외면 받기 마련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낯선 나를 발견한 순간
전화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지만
전화기에 남은 사진 속엔
나는 온데간데 없이
암흑이거나 불빛만 남아
날 당혹스럽게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빛이 날려도

고요한 차 안처럼

마음도 그렇게

고요할 수 있다면.

작가의 이전글 빛, 그 아련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