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극복하는 사랑에 대해서
매혹과 반발의 감정은
어떤 무지에 힘입어 생겨난다.
주체의 앎을 벗어나는
잉여를 품고 있는 대상만이
주체에게
매혹과 반발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李箱)은
'너무 많이 아는' 타입이었다.
다 알고 있는 자의 시선은
매혹과 반발에 휩쓸리기보다는
차라리 조롱과 공포 사이를 오간다.
대상의 치부를 알고 있어서 우습고
대상의 비밀을 알고 있어서 무섭다.
-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중 '시선의 정치학, 거울의 주체론' 중에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특정한 어떤 장면이나 요소만을 볼 때 사용하는 말이다.
특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편협한 시각에 빠져있을 때
많이 사용하곤 한다.
'신형철'은 '이상(李箱)'을 분석하면서
일본강점기 시절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는
두려움을 갖고 현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글을 쓰는 건
어쩌면 현실을 자각하는 두려움보다는
그것을 극복하고 싶다는 의지가
아니면 소망이 더 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혹은 누군가를 가슴 속에 품는다(꼭 사랑이 아니더라도)는 것은
그런 우스움(조롱)과 무서움(공포)를
모두 극복할 용기와 의지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은 꽁깍지가 벗겨지는 그 순간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