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비친 얼굴

가장 극명한 현실 그러나 외면하고 싶은

by 뱅지니



가끔씩

고속버스나 기차 창에 비친

나를 만날 때면

당황스럽다.


우선은 거기에 비친 내가 늘 내가 상상하는 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창에 비친 나를 만나는 순간이 대부분 특정한 일정을 끝내고 난 뒤라 바알갛게 충혈된 눈을 만나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때 만나는 내 얼굴만 보고는 내가 몇 살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래와 관련해서도 깊은 생각을 끝까지 전개시키는 데 취약한 내가 나이에 맞는 얼굴에 대해 깊이 생각해두지 못했던 결과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러겹으로 이루어진 고속버스나 기차 유리 탓에 내 얼굴의 윤곽선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개 때론 세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내 얼굴은 마치 그래픽같이 느껴져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이 난다. 가장 위대한 현실은 늘 외면 받기 마련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낯선 나를 발견한 순간
전화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지만
전화기에 남은 사진 속엔
나는 온데간데 없이
암흑이거나 불빛만 남아
날 당혹스럽게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빛이 날려도

고요한 차 안처럼

마음도 그렇게

고요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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