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업계 경력 수십 년" 과 같은 표현을 경계하는 편이다. 오래 했다고 다 잘하면 성공의 순위는 비교적 단순하지 않겠나. 특정 일을 오래 했다고 그 일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 있어 달인은 아닐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한 가지 일을 수십 년을 했기 때문에 정확히 1, 2, 3을 잘한다/잘할것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쪼개서 생각 보아야하고 그래야 그 분이 이루신 부분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들이 아주 많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사람이라면 이들의 말을 믿는게 지름길 같겠지만 중요한 사안일 수록 지양하십사 권하고 싶다. 베스트는 듣는 사람이 팩트와 의견을 구분하고 의견은 근거를 물어보는 것이 좋고, 설명하는 사람도 팩트와 의견과 그 의견을 가지게 된 근거를 함께 설명 주면 좋다. 어찌 되었건 최종 판단은 결국 본인이 하게 되고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니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냐 마느냐의 리스크는 본인의 몫이다. 일방적 강연을 듣고 핵공감했으나 막상 다음날 내 현실에 대입해 실행해 보려니 말처럼 되는 경우가 없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개인적 경험을 통한 시사점을 적어 보면: (아래 역시 진리가 아니라 경험에 국한하여 그렇더라 임)
- 그 오랜 기간 동안 어떤 부분에 집중했느냐에 따라 그 부분에 한 해서만 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사업을 오래 했어도 HR에 유독 신경을 쓴 사람, 상품 개발을 우선한 사람, 마케팅과 홍보에 집중한 사람, 매출에만 신경쓴 사람, 비용에 집착한 사람, 신규고객 유치에 목숨 건 사람 등등. 사업 자체가 예측하기 어려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데다가 넓디 넓은 사업의 영역의 모든 부분을 다 깊이 파볼 여유가 있는 사업가는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자체를 문제 삼는게 아니다. 다 아는 것처럼 진리화 하는게 문제지.
- 데이터와 경험과 인사이트도 위에 집중했던 부분 중심으로 더 많이/깊이 쌓일 수밖에 없겠다. 그런데 본인이 그 외의 다른 것들도 다 안다 생각하고 그 '짬밥에 의한' 칼을 모든 곳에 휘두르려는게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 같다.
- 그 오랜 기간 동안 생각 없이 일한 것과 생각 하면서 일한 결과물도 전문성에 있어 천양지차였다.
- 얕은 깊이로만 오래한다고 깊이도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얕은 깊이로만 일하다 보면 그 상태로 굳어 버려 난 다 안다는 착각과 실상의 괴리가 더 심해지더라. 생활의 달인은 한 가지가 고도로 숙달된 사람이지 그에 대한 모든걸 잘 아는 사람이 아닐 수도.
- 칼질을 수십 년 했으면 칼질의 달인은 맞을거다. 그렇다고 칼에 대한 모든 것을 잘 아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칼을 쓰는 것에만 관심이 많았지 칼 만들어 지는 과정은 궁금해 하지 않았다면 좋은 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사용자 입장의 설명밖에 못 할 수 있다. 이런 건 평소 스스로 궁금해 하고 탐구했었어야만 비로소 알아지는 것들이다. 근데 우리는 칼을 오래 썼으니 좋은 칼에 대한 이 사람의 의견도 맞겠거니 하고 믿어버리게 된다.
- 50년 역사의 국밥집이라도 3대째 창업주 방식을 따르기만 하고 궁금해 하진 않는다면 생활의 달인은 될 수 있으나 국밥에 대한 신은 아닐 수 있으며 그 국밥이 최고의 국밥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
- 역시 20년간 사업을 했다고 사업의 모든 면을 다 아는 것이 아닐거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같은 종목의 같은 사업을 두 사람이 해도 경험치는 다르고 그에 따른 시사점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단순한 질문에도 뻥 뚫릴 수도 있다. 한 번도 그 방향으론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오래 할 수록 사람은 내가 다 안다고 거만해지기 쉽고 그 주제에 생소한 사람들은 오래한 것에 대한 경배의 마음으로 무조건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고 이를 타인에게 옮겨 전파하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 따라서 어떤 일을 오래 한 사람이라도, 내가 약한 곳이 어디인지를 스스로 되물어 그 부분을 채우고, 새로 그 일을 접근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 100% 옳지 않을거다라는 자세로 근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궁금해 하면서 질문과 챌린지를 하면 좋겠다.
- 나같이 어정쩡한 경력의 사람들은 걍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늘 탐구정신으로 임하는게 맞다.
-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수록, 거꾸로 내가 모르는게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되면서 점점 더 벽이 높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객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사람이 성숙해 진다는 뜻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 모르는 것들을 이해하면서 겸허해 지는게 더 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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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컨설턴트 시절에 주니어 컨설턴트들이 수행한 Expert Interview를 시켜서 결과를 받은 후, '혹시 이건 왜 그렇다고 해요?',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라 뭐라고 해요?', '왜요?', '그 말이 맞다면 이것도 그래야 한단 소린데 혹시 물어보셨어요?' 라고 했을때, '그 분이 그렇다고 해서 전 그대로...', '아.....다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라고 해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엔 컨설턴트라면 당연히 궁금해 했어야 하는 내용을 안 물어보고 왔다 라고도 표현했다. 비단 컨썰이 아니라 누구라도 진실에 더 다가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접근/스킬은 배워 놓으면 요긴하다고 생각한다.
사례:
한 번은, 친한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님이 신나게 본인의 경험치를 진리화 하여 주장하던 적이 있었는데, 한 대목에서 '진짜요????' 라고 표정까지 동원하여 강력하게 물어봤더니 (친하니까 허물없이)
'아닌가...? ㅋㅋㅋ' 라고 답변하셔서 이후부턴 빠닥빠닥 챌린지 하기 시작한 적도 있다.
사례:
사업하면서 만난 소위 산업 전문가라는 사람이 '요즘 고객들은 음식에 있어 가격보다 질을 더 높게 추구한다' 라고 하길래, 그럼 날개 돋힌듯 팔리는 편의점 도시락은 어떤 트렌드에 속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예외도 있다'란다.
사례:
회사 안에 짬이 높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회의에서 '요즘 돈 많은 소비자들은 전부 백화점에서만 장을 봐요' 라길래, '근거는요?' 라고 물었더니 자기 주변에 돈 많은 지인이 3명 있는데 세명 다 백화점에서 장 본댄다. 그게 어떻게 '요즘 돈 많은 소비자들은 전부'라고 할 수 있느냐 했더니 말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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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중에 어디가서 "내가 이걸 이십년을 했는데" 이러면서 세월을 증거로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않고자 한다. 경험에 의한 팩트와 주관을 구분하여 전달하면 판단은 듣는 사람이 스스로 해야하고, 내가 왠만큼 이해/납득했다고 생각이 들때까지 계속 질문을 던져야 진실에 가까워 진다고 느낀다.
예의상 이걸 하지 않고 '아 그렇군요(하트)(하트)'로 일관하면 꼰대는 더 활발히 양성되는게 아닐까 한다. 짬과 경험으로 밀면 아무도 감히 챌린지를 하지 않는/못하는 문화가 꼰대가 자라기 최적의 문화인 것 같다.
C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