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lin Chung Jun 26. 2020

사내 정치 없애기

평가/승진/보상 정비가 우선

사내 정치와 그 부정적 사례는 모두가 겪어 보셨을 것이라 생각되어 예시들은 생략한다.


왜 사내 정치를 할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본인의 이익에 부합하게 행동한다.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도,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이익이 그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지 억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내정치를 하는 이유도 정치가 회사 내에서 본인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다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사내정치를 무력화 시키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정치가 본인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어떻게 사내 정치를 없앨까/줄일까?

정치와 직결된 것의 핵심은 평가/보상/승진이다. 그래서 이것을 통해 우리 회사에선 정치가 무의미하다는 것부터 반복 증명해야 한다.  외의 것을 먼저 건드려봐야 이것이 먼저 자리 잡지 못하면 곁가지가  확률이 높다.


회사는, '우리 회사에서 잘 되기 위한 방법'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공표하고 이를 매 평가/보상에 정직하게 반영해야 한다. 나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인지를 *일관되게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춤춰야할 장단에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빼는걸 목표로 한다.


(*일관되게: 누군가의 기분이나, 사적인 애정이나, 특정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소수의 편견에 따라, 누군가를 밀어줘야 해서 지난 번엔 이랬던게 이번엔 저랬다 하지 않아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방향이 섰으면, 전술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는 '회사가 지킬것을 지키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지 보자'와 '스트레스는 사람이 아닌 일에서만 받자', '납득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도록 하자'가 모토다.


이를 위해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 결과보다 합리적인 과정을 거쳤는가에 집착하려고 한다. 목표달성은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의 문화를 이루는 이 '과정'에서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면 "회사에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라고 하고, 나도 그랬다. 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최대한 안 생기는 회사를 만들어 보기 위해 창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납득할 수 없는 일' 중에 정치가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평가/보상/승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평가/보상/승진에서 정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과정에 집착한다.

매 6개월 있는 개별 review season이 되면, 요즘은 많은 회사들이 하는 과정을 우리도 거친다. 유달리 노력하는 부분은 과정이 상식적이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0. 잘 한다는 것, 잘 못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명확히 해 놓는다. 이건 주요 멤버들의 합의가 필요하고, 입사할 때도 여기에 동의하고 들어와야 한다.


1. 전원 360도 피드백(다면 피드백)을 받는다. 내용은 리더/대표만 볼 수 있되, 작성자는 실명으로 받는다. 그래야 내용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나 팩트체크가 필요할 경우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익명으로 '싸질러 놓는' 인신공격은 용납되지 않는다.


2. 해당 팀의 리더(가 있는 경우)가 이를 참고하여 본인의 의견을 얹어 해당 팀에서 요구되는 performance 기준에 의거, 본인의 의견을 얹어 Summary를 작성한다.


3. 팀의 리더는 다면피드백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건 금물이다.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동의한 것만 쓴다. 미처 몰랐던 내용이 나오면 쓴 사람을 만나 그 배경을 물어 팩트체크를 하고 리뷰에 반영할 내용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특히 효과적인 피드백 작성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많아 서면으로만 보고 해석하려면 애먹을 때가 있다. 팩트베이스가 중요하므로 정치 효과가 줄어든다.


 4. 팀 리더가 쓴 Summary는 대표와 한 번 더 스크리닝을 한다. 대표는 그 내용이 정말 거기에 있어야 하는 내용인지를 팩트챌린지를 한다. 정보나 논리가 부족하면, 가장 잘 알 것 같은 팀원을 소환해서 질문하기도 한다.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여기서 차단한다


5. 승진, 연봉 인상, 성과급을 줄지 말지 여부도 팀 리더+대표와 함께 정한다. 한 명이 우겨서 특정인에게 승진/연봉인상/성과급/페널티를 줄 수 없다.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여기서도 차단한다


6. 최종 결과는 해당 팀의 리더 + 대표와 1:1로 당사자에게 구두로 전달하고 서면으로도 제공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들어본다. 특히 잘 한 사람에게도 무엇 때문에 좋은 평가가 나온 건지를 명확하게 말해줘야 다음에도 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시성을 준다.


7. 정기 Review 결과는 당사자에게 큰 서프라이즈가 되면 안된다. 즉 리뷰에 써진 내용 중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대부분 6개월 사이에 이미 구두로 피드백들이 들어 갔어야하고, 부정적인 것일 경우 이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리뷰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사자가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본인은 문제 없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6개월을 지냈는데 리뷰 결과가 꽝인 경우(또는 그 반대) 지난 시간이 너무 억울하다.


8. 팀의 리더들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리더로서 정치를 조장할 수 있는 행위는 이 피드백에 경고로 들어간다. 팀원들이 팀 리더들의 평가 능력에 대해 신뢰를 해야 한다. 당연히 대표도 피드백을 받고, 지적받은 것에 대한 입장을 내 놓아야 한다. 리더들에 대한 피드백이야 말로 6개월 중 수시로 이루어진다. 나는 실시간 피드백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 승진시키고 싶거나 페널티를 주고 싶다면 위 과정을 다 논리적으로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대표나 리더와 친하다고 잘 나갈 수 없고, 한 사람한테 찍혔다고 해서 페널티를 받기가 극히 힘든 이유다. 사실상 HR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표부터가 인사를 내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대표가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를 대비해서 누군가 챌린지 할 수 있는 방안을 과정에 녹여 넣어야 한다.


물론. 인사위원회 모두 한 마음으로 짜고 치면 누군가를 승진시킬 수 있다.

- 그래서 젤 꼭대기(대표)가 핵심 시니어들을 이에 부합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는게 중요하다. 누가 승진하는지를 보면 이 회사가 뭘 중요시하는 지를 알 수 있다.

- 부당한 승진은 팀내 구설수를 만들거다. 이 구설수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예컨데 정기적인 팀 설문조사에서 "최근에 회사에 납득할 수 없는 결정/정책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자, 이제 평가/보상/승진의 결정 과정에서 정치를 최대한 뺐다. 이제, '무엇을 잘 하면 좋은 평가를 받고, 무엇을 잘못하면 낮은 평가를 받는지'를 회사에 필요한 업무 퍼포먼스와 기여 요소를 놓고 재정리 후 팀에 충분히 설명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순서가 남아 있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주제라 추후에 논하고자 한다.


6개월마다 한 번씩, 평가의 전 과정을 거치는데 2달 정도 소요 된다. 

해당 시기에 대표와 리더들의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 중 하나도 이것이다. 하지만 이 선순환이 미래 회사의 가장 큰 역량/자산이자, 이 공력이 만들어 내는 선순환은 넘기 가장 힘든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참고로, 회사나 팀 실적이 안 좋아도 개인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회사의 실적이나 당사자가 속한 팀의 실적과 무관하게 개인이 잘 한건 잘한거고 보상을 받는다. 설령 당사자의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이 합리적이고 훌륭했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팀 덕을 보는 무임승차도 방지해야 한다. 그래야 '팀 운, 팀장 운'에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평가자는 이 사람의 업무를 빠삭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면밀하게 평가될 수록, 정치로 인한 이익/불이익 여지는 줄어든다.

 

그래도 윗사람이랑 친하거나, 잘나가는 팀장 아래에서 일하고 잘 보이면 나쁠건 없지 않나?

정치가 없는 회사에서 윗사람이랑 친해서 좋은 경우: 내 생각을 전달하고 피드백 받을 기회가 많다. 그래서 나의 방향성이 명확해 질 수 있고 그 사람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순 있다. 하지만 이것도 윗 사람은 최대한 팀원들에게 균일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 자주 함께 담배피러 나가는 사람이 더 잘나간다면 저것 때문이라는 오해 사기 딱 좋다. 오비이락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나도 모르게 이 사람에게 기회를 더 준 것일 수도 있다. 삼삼오오 회식자리도 공평하게 가지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는 나랑 친하다고 해서 평가에 유리한거 아니니까 혹 그것 때문이면 노력할 필요 없다고 꼭 말하고 있다.


운 좋게 더 잘나가는 팀장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면 축하한다. 하지만 그게 당신에게 기회는 더 줄지언정 그 사실 자체로 더 빛나지는 않도록 한다. 부족한 팀장의 휘하에 있는 팀원들이 fair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 회사의 노력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팀장님에 대한 조치도 최대한 빨리 취해줘야 한다.



기성기업에선 왜 어렵나

이유가 한 두가지는 아닌데... 이미 정치의 덕을 봐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그 덕을 보기 위해 줄서 있는 사람들과, 이것 때문에 무너져 있는 평가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갑자기 이거 뜯어고치겠다고 하면 거의 생태계 교란 수준이 될 것 같다...



일관성이 무너지기 쉬운 사례 1

오너의 자녀가 대리로 입사해서 주요 팀을 거치며 초고속 승진을 해서 9년만에 임원이 되었다는 식의 사례는 당연시 된다. '경영권 승계'라는 취지다.


이를 일반적인 케이스로 적용해 보면:

1/ [고과와 승진 추천을 한 상사들] 대리로 입사, 2년 후 과장, 5년후 부장, 2년후 상무가 되려면 각 승진 단계마다 파격적인 고과를 받아 특진을 계속해야 한다. 각 단계에서의 사수와 상사가 '이 사람은 나보다 빨리, 내 위로 승진시켜야 할 초특급인재다'라고 테이블을 쾅쾅 때려도 선례를 남기면 문제가 된다고 반려되고 '자랑스러운 삼성인 상' 정도는 받아줘야 가능한 것이 대기업의 1계급 특진이다. 이걸 세 번을 해 냈다.

  

2/ [팀/직원들] 내 위에 인정할 수 없는 경력의 팀장 하나만 들어와도 어째 이럴 수 있냐고 불만이 쌓이는 것이 조직인데, 이런 파격 승진을 받아들였고 노이즈를 내지 않았다. 그 분의 신분을 알기에 어차피 소용 없다 포기한 사람, 자칫 본인에게 올 불이익을 감안한 사람, 관행상 당연하다 받아들인 사람, 같이 일함을 영광스럽게 생각한 사람들 골고루 있을 듯 하다.


3/ 만약 이 분이 몇 년후 대표/회장이 된다면, 이는 이사회가 수많은 후보들 중 이 사람이 가장 낫다고 승인했다는 뜻이다.


강도는 다르지만, 오너가 이럴 수 있으면 사내 힘 있는 사람 순서로 이걸 각기 다른 강도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사실...주식회사에 오너라는 개념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일관성이 무너지기 쉬운 사례 2

회사의 일부만 서로 형 동생 언니 누나 하고 그 서열대로 공석에서 반말하는 문화. 전사가 룰을 정해서 그렇게 하던가, 아니면 아예 없애던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안 좋다고 생각하는 건 같은 팀에서 누군가는 (공석에서) 형동생언니누나를 하고 있고 누구는 안/못하는 것. 이러면 필연적으로 이런 사람이 나타난다 - 회식 자리에서 술 따라주며 "저도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편하게 말 놓아 주십시오". 정치의 시작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이름만 부르고 (님 없이 정말 이름만 잘라서), 전원 존댓말이고, 자칫 편해져서 말이 부분적으로라도 짧아지면 현장에서 즉각 피드백을 준다. 회식자리에도 적용된다.




'무정치 문화'가 자발적으로 이어지려면

정치뿐 아니라 회사가 오래 남기고 싶은 모든 좋은 것에 해당될 것이다. 소수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문화는 문화도 아니다. 문화란, 한국에서 밥먹듯이 불법 유턴하던 사람이 독일에서 운전하면 누가 말 안해도 교통법규를 지키게 만드는 그런 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채용공고의 일부에 '정치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임'이라고 써 있고, 이것이 마음에 든다고, 이전 회사에서 이것이 싫어서 지원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본인이 그 상황에서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올바른 걸 지키는데에는 에너지가 든다. 앞선 회사에서 정치가 신물나서 들어온 사람도, 막상 이 회사에서 정치를 만들면 본인에게 유리하겠다 생각하면 정치할 수 있다. 정치가 뭐 대단한게 아니다. 아까 형동생언니누나 사례 들었듯이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조직과 개인 모두 주기적으로 자기객관화를 하는 과정은 필수적이고, 이것을 잘 하는 사람이 회사에 오래/높게 가도록 체계를 짜고자 하고 있다. 사내 정치 유무와 내가 정치를 하는가 안 하는가는 자기객관화 해야할 요소들 중의 일부이다.


Colin.











작가의 이전글 타다 & 택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