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by 이지후

누구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듯이 나에게도 매번 핑계로 쓰이곤 하는 가정형편상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거창하게 애기하면 문화계로 세부적으로는 영화계로...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군대제 이후이니 2000년일 것이다.

당시 조감독과 PD 면접후 나는 채용됐고( 돌아보면 지원자도 거의 없었다 ), 뛸 듯 기쁜 나머지 급여에 대한 이렇다 저렇다 요구 없이 일을 시작했다.


조감독은 지독한 독서광에, 박학다식한 분이였다. 단, 성질이 지금까지 겪어본 사람 중에 으뜸으로 괴팍했다. 그럼에도 나를 이뻐라 하셨고 나도 잘 따랐고..

그게 연이 되어 업계동료이자 사회스승님이 되었다.


한번은 아무런 예고 없이 이런 말을 나에게 던졌다. “너 다 좋은데... 머리좀 채워라."

“그럼 어떻게 제가 할까요?”... “책을 읽어”


처음에는 그리스로마신화, 옥중에서 편지로 딸에게 세계사이야기를 전해주는 세계사편력, 흔하디흔한 초한지, 삼국지, 열국지 순으로... 그 담에 던진게 윌 듀란트 “철학이야기”이었다. 더 나아가 “문학이야기”까지 이책은 저자가 와이프다... 참고로 난 문학이야기는 그냥 열 페이지쯤 넘기다 말았고, 이 애기가 16년전이니 지금도 문학이야기는 그냥 꽃혀 있을 뿐이다.

책에 큰 흥미가 없던 내가 “철학이야기”를 보고 충격 받고, 감동 받고 심지어는 마지막장을 덮을 때는 눈에서 눈물이 두어 방울 흘렸다는 거라는거다. 지금에와서 본문의 내용을 달달 외울 수 도 없거니와, 외우지도 못하는데 내가 감동받았던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그가 충분히 돌보는 일은 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쓸데없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그러나 큰 위기를 맞이하면 즐거이 목숨도 바친다. 어떤 경우에는 사는 것이 오히려 욕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의 봉사를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남들에게 봉사 하려고 한다. 친절을 베푸는 것은 우월성의 증거이고 친절을 받는 것은 예속의 증거이다.

그는 공개적인 선전에 끼어들지 않는다. 그는 호오를 분명히 하며 인간사와 사물을 경멸하므로 언행이 솔직하다. 그의 안목으로 보면 위대한 것은 하나도 없으므로 결코 열렬히 찬양하지도 않는다.

그는 결코 악의를 느끼지 않으며 목욕을 받아도 언제나 잊고 흘려버린다. 그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가 칭찬을 받든 남이 비난을 받든 그와는 상관이 없다.

그는 타인에 대해, 비록 적이라 하더라도 직접 면전에서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험담을 하지 않는다.

그의 태도는 침착하고 그의 목소리는 굵직하고 그의 말은 신중하다. 그는 오직 소수의 일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매우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므로 경쟁에 휩쓸리지 않는다. 근심에 쌓인 자만이 날카로운 소리로 외치고 급히 걷는다.

그는 인생의 재난을 위엄과 품위를 갖고 인내하며 온갖 전술로써 한정된 병력을 지휘하는 능숙한 장군처럼 자신의 환경을 최선의 것으로 만든다. 덕이 없는 자, 능력이 없는 자에게 자기 자신이 최대의 적이어서 고독을 두려워하지만 그에게는 자기 자신이 최선의 벗이므로 그는 칩거를 좋아한다."

철학이야기 _ 아리스토텔레스(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초인'

뭐~~~ 좀 감이 오지 않는가? 그냥 멋지다...라고만 하기는 그렇고 뭔가 심연에서 올라오는 뭉클함이 있지 않은가? 시간이 오래기간 흘러 니체도 '초인'에 대해서 애기한다. 근데 니체가 말하는 초인에 대해서는 당최~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근데, 동양에도 이런 비슷한 애기가 있었다. 불교의 '잡보장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게 생각하며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추어라.

제물을 오물처럼 볼 줄 알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역경을 참아내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나? 한번쯤은 읽어봄직한 책이다.

살아내면서 느끼는 건데 '철학이야기'는 내 삶에 꽤나 깊숙이 영향을 주고 침투했던 거 같다.

작금 내 삶의 모토가 “존재하되 드러내지 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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