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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KE Feb 04. 2023

ep6. 잘 거절하는 법

[DIRECTOR’S NOTE] 최근 플레이크 2023년 상반기 채용을 마무리했습니다. 몇 번의 팀 충원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기한을 정하고 나름 정식 지원을 받아 채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인력이 부족해 사람이 필요할 때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피드에 공지를 올리고 지원하신 분들 중, 우리가 필요한 부분에 가장 알맞다고 생각되는 분들에게 따로 연락을 드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팀을 꾸렸습니다.


내부에 HR 조직이 없고 ‘합격’, ‘불합격’이라는 간지러운 단어를 사용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작은 스튜디오라고 생각해 요란스럽지 않게 팀원을 충원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생각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 맺음이 있어야 애매하지 않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 또한 이런 불확실한 기다림에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기가 많았습니다.


예전에 너무 일해보고 싶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회사의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 밤마다 꿈을  정도였어요. 운이 좋게도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 결과는 ‘좋다. 하지만 조금  보자 내용이었습니다. 굳이 인터뷰 결과를 생각해 보면 ‘합격이었지만 뭔가 다음 단계가  남아있다는 애매한 여지가 있었습니다. 이후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고 결과는 같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불안한 마음으로  달을 기다리며  사이 들어온 좋은 제안을 모두 거절했습니다. 결국 다행히도 함께 일을 하게 되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저에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플레이크를 운영하면서도 크고 작은 비슷한 경험이 많습니다. 프로젝트 문의 후 견적과 제안을 받고 아무 연락이 없거나 일을 하기로 약속하고 미리 리소스를 잡아둔 채로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들이 간혹 있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차라리 거절을 명확하게 해 준다면, 그리고 거절의 이유를 알려준다면 애매하지 않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 채용은 기간을 정하고 확실한 피드백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거절은 어렵습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우리 사이를 구분하고 선을 긋는 것 같아 어렵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나 뛰어난 감각,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지금 상황에 조금 더 ‘알맞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일을 합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포트폴리오가 아쉬워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꼭 지금이 아니라 언제고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할 수 있고 또 이미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우리는 빈번하게 거절하고, 거절당하고, 거절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큰 조직에 있을 때는 대신 거절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거절을 하는 것이 이만큼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함께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한다면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연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채용에 관심과 응원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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