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태릉선수촌에 있는 교회에 성가대 봉사를 간 적이 있다.
예배가 끝나고 그곳에 있는 국가대표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20대였던 것 같은데, 그 속에 초등학생 정도의 자그마한 여자아이도 있었다. 알고 보니 체조선수였다. 체조선수는 몸이 아직 부드러운 어린 나이에 좋은 성적을 낸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말이 옆으로 샜다. 이야기를 나누던 선수 중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세요?”
운동을 지지리도 못하기에 야구도 모르고, 축구는 월드컵 때나 본다. 눈앞에 있는 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간다고 했지. 올림픽에서 뭘 보더라? 하고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양궁이랑 사격이요. 룰을 몰라도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게 좋아요. 정직한 스포츠잖아요.”
그러자 두 명의 여자 선수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사격 좋아한다는 사람 처음 봐요! 저희 사격해요!”
이후로 태릉선수촌에 갈 일이 없었기에 그 선수들과는 더 만나지 못했지만,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냐는 질문 덕분에 좋아하는 스포츠가 뭔지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양궁과 사격을 좋아한다. 그 둘 중에선 양궁을 좋아한다.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 휘어지는 활과 화살이 탕 하고 박힐 때 느껴지는, 정적이며 팽팽한 긴장감이 담긴 우아한 흐름을 사랑한다.
그래서, 양궁을 배우고 싶었다.
메구로구에서 내보내는 신문에 실린 “양궁 기초클래스 회원 모집”을 볼 때까지 말이다.
드디어, 양궁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