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구는 취향일까, 기준일까

- 에필로그: 안목을 세우는 일의 숭고함에 대하여

by 더스테이블 빈티지

총 9편에 걸친 긴 여정을 마친다. 빈티지를 부르는 이름부터 시작해 관리법과 현대적인 기술 활용까지, 우리는 낡은 가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아직 남아 있다.


"우리는 왜 굳이 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빈티지를 선택하는가?"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명확하다. 빈티지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가구를 사는 행위가 아니라, 나만의 안목과 기준을 세워가는 숭고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취향이라는 모호함, 기준이라는 단단함


우리는 흔히 ‘개인의 취향’이라는 말로 많은 선택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취향은 종종 자본이 설계한 마케팅이나 일시적인 유행의 파도에 휩쓸리곤 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좋아요’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고수하는 취향이 정말 나의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안목(眼目)이란 사물의 가치를 꿰뚫어 보는 눈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예쁜 것을 고르는 감각과는 결을 달리한다. 안목은 사물이 견뎌온 시간의 궤적을 읽어내고, 그 안에 담긴 디자인 철학과 시대의 정신을 나의 삶과 연결하는 능력이다. 빈티지 가구를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엄격한 ‘미적 기준’을 정립하는 사회학적 실천이 된다.




시간의 퇴적을 읽어내는 태도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은 그의 저서에서 ‘장인 정신’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임을 역설했다. 빈티지 가구는 그 장인 정신이 시간이라는 필터를 통과해 살아남은 증거물이다.


우리가 수십 년 된 의자의 나뭇결을 쓰다듬고, 백 년을 버틴 테이블의 파티나를 관찰하는 행위는 사물을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더 이상 빠르고 편리한 소비에 매몰되지 않고, 사물과 관계를 맺으며 그 가치를 보존하려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안목이 깊어진다는 것은 곧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정중해진다는 뜻이며, 이는 곧 나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나만의 기준이 만드는 고유한 서사

안목을 세우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고독하지만 즐겁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나만의 기준에 부합하는 단 하나의 피스를 찾아내는 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발견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 현대적인 가구와 서로 다른 시대를 통과해온 빈티지 피스들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나’라는 주인의 확고한 기준 아래 모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질적인 시대의 산물들이 나의 안목에 의해 재구성될 때, 비로소 공간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거주자의 삶을 대변하는 고유한 서사를 갖게 된다.




안목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제 이 가이드를 덮고 당신만의 시장으로 걸어 나가길 바란다. 빈티지 가구를 고르며 겪게 될 시행착오와 고민은 당신의 안목을 더욱 단단하게 벼려줄 것이다.


빈티지를 선택하는 것은 완성된 답안지를 사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사물을 탐구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능동적인 행위다. 그렇게 세워진 안목은 단순히 가구를 고르는 일을 넘어, 복잡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다운 삶을 꾸려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당신의 일상 속에 스며든 그 낡은 나무 조각이, 당신의 시간을 더욱 정직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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