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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ug 15. 2016

15. 서로 다른 두 사람

감정적인 나, 논리적으로 따지는 그 남자

연인간의 싸움을 심리학적으로 풀어 낸 이야기를 보면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많다. '논리적으로 따져드는 남자,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자' 같은 식의 해석이다. 이런 글과 연구들이 있다는 것에 약간의 위안을 얻는다. 우리만 이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얼마전에 휴가 계획을 짜는 중에 느닷없이 남자친구가 '일주일 중에 맥주 마시러 가는 날을 줄이면 여행을 취소하지 않겠다'라고 내뱉은것을 계기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일주일에 2-3번 퇴근 후에 친구들과 동료들과 맥주 한잔씩 하러 가는 내가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하루를 마친 후 식사를 밖에서 하거나 바(Bar)에 하루 걸러 하루 가는게 일상적이지는 않은 덴마크 사람의 눈에는 조금 지나쳐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옆에 있어주지도 못할꺼면서 왜 그런것까지 간섭해?'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맥주 한잔에 요즘 한창 재미 붙인 다트 게임을 하러 가는 나를 마치 알콜 중독인 사람처럼 이야기 하는게 너무 기분이 나빴다.


버럭 화를 내는 나에게 남자친구는 자신의 의견을 나에게 알려줬을 뿐이라며,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존중(respect)해줘야 하지 않냐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인정할 수 없는 상대의 평가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이기적인 남자친구의 태도를 비난했다. 말을 내뱉기 전에 한번 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왜 상대가 그런 입장에 놓이게 되었을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말은 '너 자신은 이런 저런 요구와 불만은 하면서 왜 내 의견에는 귀를 열고 듣지않느냐'는 비난이었다. 화가 가라앉기는 커녕 더욱 더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논리적'으로 내 태도에 대해서 지적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화난 마음을 진정 해줬으면 한다. 이미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논리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이런 나를 지난 거의 3년을 겪었으면서도 이 남자는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다툴때 나를 설득하려하고 논리적으로 따지려고 든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나에게 상대와 소통 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로 불난 집에 기름까지 붓는다. 분통이 터진다.


활활 타오르는 내가 결국엔 대화를 끊는다. 더이상 이야기를 끌어봤자 내가 원하는 '위로와 이해'는 얻을수가 없다는걸 알기때문에 그냥 알아서 입을 닫아버린다. 그러면 싸움의 불길을 사그라들지만, 항상 해결되지 못한채로 남겨진다. 내 성격상 나중에 다시 들춰내서 이야기 하지도 못한다. 그러면 또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를 바꾸긴 어려우니 나를 바꾸는게 속 편하다는 엄마의 말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나를 바꾸기엔 매번 싸울때 마다 내가 받을 상처가 더 크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평생 이 사람과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텐데, 과연 해결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이 갑갑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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